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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복지식당>이 바라는 것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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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복지식당>이 바라는 것
송영애(한국영화평론가협회)
영화는 종종 미처 몰랐던 현실을 소개한다. 극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변화를 끌어내기도 하고, 진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지난 4월 14일에 개봉한 정재익, 서태수 감독의 <복지식당>은 어렴풋이 알았던 장애인 복지 제도의 현실을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언뜻 담담하고, 무기력해 보이지만, <복지식당>이 꽤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 기록영화 같은 극영화
<복지식당>은 여러모로 기록영화 같다. 사고로 장애인이 된 재기가 겪는 일들은 극영화 속 에피소드 보다는 기록영화 속 정보와 일화, 증언처럼 느껴진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피해자 측과 합의하고, 취업하려 애쓰는 재기의 일상은 관객이 미처 몰랐거나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장애인의 현실이다. 공동 연출을 한 정재익 감독이 실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에 더욱더 일상적이며, 현실적이다.
재기는 사고 후 장애 등급 1~2급에 해당하는 장애를 얻었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복지 제도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심사자가 시키는 대로 잠시 일어섰고, 팔을 들었을 뿐인데, 가장 낮은 등급인 5급을 받았다. 그래서 전동휠체어도 지원받을 수가 없고, 활동 보조 서비스와 일명 장콜이라 불리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자격조차 되지 않는다.
대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려고 해보지만 만만치 않다. 집도 소득도 없어야 한다. 취업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중증이라 안 되기도 하고, 서류상으로 중증이 아니라서 안되기도 하는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누가 봐도 잘못된 등급이지만 다시 받는 게 쉽지 않다. 행정소송을 해야 하는데, 승소하기 어렵단다.
영화 내내 불쑥불쑥 터지는 크고 작은 일은 그때그때 봉합된다. 전동휠체어는 장애인단체를 통해 지원받고, 장애인 콜택시는 2급 장애인인 지인을 통해 이용한다. 병호 덕에 알게 되어, 장애인 대상 대출도 받게 된다. 서로 돕는 행복한 현실로 보이진 않는다. 장애인 선배라며 여러 정보를 주는 병호가 믿을만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근본적인 해결이 된 건 아니라서 불안하다.
<복지식당>은 재기가 겪는 일상을 통해 장애 등급, 장애인 이동권 등 각종 장애인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차곡차곡 폭로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재기의 일상은 영화 속 사건이자 이 영화가 폭로하는 영화 밖 현실인 셈이다. 화려한 카메라 움직임이나 음악 등도 배제되어, 더더욱 현실적이고, 기록영화 같기도 하다.
- 담담해서 더 답답하고 절실한
기록영화라 느낄 만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재기의 안타까운 일상이 영화적으로는 오히려 담담하게 표현된다. 연기자 역시 상당수가 비전문 배우이다 보니, 투박한 면도 있다. 긴장감을 주는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이나 강렬한 색감, 감성적인 음악, 고성이 오가는 꽉 찬 사운드, 빠른 편집 등 시청각적으로 자극적인 요소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조금 멀리 떨어져서 재기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고, 청록빛의 색감이 화면을 채운다. 감성적인 음악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어디에나 이런 사람은 있다는 듯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무덤덤해 보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점차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복지식당>의 첫 장면은 법정 장면이다. 재기는 판사에게 자신이 자립해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이후 영화에서 담담하게 폭로된 재기의 일상은 관객이 감정적인 공감과 더불어 이성적인 문제 인식을 하도록 한다.
영화를 통해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현실을 목격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주변에 알려야 하나? 장애등급이 없어졌다고 했는데, 그사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해지고, 생각도 많아진다. 담담해서 더 답답하고 절실하다.
제목의 힘
사실 <복지식당>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여러 상상이 겹쳤다. ‘설마 맛집은 아닐 테고, 복지국가 되기가 힘든데, 복지식당이라도 생기면 좋을까?’ 아무 생각 대 잔치를 펼쳤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제목이 지니는 상징성이 꽤 거대하다고 느꼈다.
어울리지 않는, 혹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 제목을 통해, 오히려 말도 안 되는 현실이 드러난다. 식당은 모두에게 익숙한 일상적 공간이다. 맛있는 음식을 친구와 함께 먹은 행복한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최저 시급도 못 받거나 갑질에 고통받는 폭력적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영화 속 재기도 여러 번의 식사 자리와 술자리를 식당에서 갖는다. 별일이 다 벌어진다.
복지도 그렇다.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오히려 그 권리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과다한 권리를 누리고 있고, 누군가는 권리를 뺏기고 있다. 두 감독은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복지식당>은 대규모 개봉을 통해 대규모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영화관 이외에 다양한 공간에서 장애인이나 정치인 등의 영화 관람도 진행되고 있다. 공감과 문제 인식이 더더욱 확대되고,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도 진행되길 바란다.
한편 이 영화는 장애인 감독과 비장애인 감독이 공동 연출한 제작 방식을 또 하나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한다. 두 감독의 협업이 이후에도 이어진다고 하니, 다음 영화도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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