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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시선

영화로운 시선

영화로운 시선은 영화의 전당과 부산국제영화제의 협업으로 탄생한 '시민평론단'에게
영화에 관한 자유로운 비평글을 기고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인데요.
부산 시민들이 영화 비평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활발한 문화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합니다. 매월 개봉하는 대중영화와 한국독립영화를 바탕으로 게시되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사람과 삶을 가르치는 사람들2023-01-18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스틸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사람과 삶을 가르치는 사람들

 

김현진 (시민평론단)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보고나서, 이 영화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그냥 이 영화 그 자체에 대해 쓰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름마저도 생소한 방과후 교사라는 직업, 그 직업이 하는 업무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의 현실에 대한 설명들을 계속 이어가다 보면, 이 글이 영화평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이 나라의 열악한 교육 현실에 대한 성토에 가까운 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은 내가 이 글에서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이미 영화가 하고 있다. 물론 이 영화는 사회의 각성을 목놓아 외치는 강력한 선동성 영화가 전혀 아니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스틸

 

이 영화는 방과후 교사라는 직업의 어른들이 아이들과 같이 뛰어놀고, 아이들이 떠나간 뒤에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좀 더 유익하게 즐겁게 뛰어놀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이 공간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가, 이 공간에 계속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를 고민하는 걸 보여주는 것이 전부이다. 쉽게 말해서 아이들과의 시간과,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아이들과의 시간을 위해 고민하는 어른들만의 시간. 영화는 이 두 축의 시간 사이를 계속 오고간다. 더 줄여서 말하자면 놀이의 시간과 놀이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 그러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학교가 문을 닫고, 방과후의 시간도 위협을 받는다. 모일 수 없는 시간을 지나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모이게 된 시간.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들이 방과후에 들어오면, 또 중학교에 가게 된 6학년들은 방과후를 졸업해야만 한다. 어떤 교사들은 아이들의 졸업과 함께 자신도 방과후를 졸업하는 걸 상상한다. 적은 급여와 많은 업무, 그럼에도 전혀 돌봄 노동의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전국의 방과후 교사도 점점 줄어들고 방과후의 숫자도 줄어든다. 영화 속의 터전 도토리 마을 방과후도 어찌될지 모른다. 하지만 놀이의 시간은 계속되고 방과후 밖에는 햇살과 비와 눈이 내리고 아이들은 자란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스틸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일부러 무엇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교사들의 사적인 모습을 따로 보여준다거나, 교사들의 인터뷰 장면도 없다. 아이들 중 누군가가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여줄 뿐이다. 다만 교사의 목소리들을 대변한 황다은 감독의 목소리로 녹음된 내레이션만이 영화 사이사이에 해설처럼 등장하는 게 전부다. 영화는 아주 사소한 순간들의 연속이지만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영화가 끝나고 나면 방과후라는 공동체는 무엇인지, 교사들이 하는 일은 무엇인지, 이것이 왜 필요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영화는 극적인 요소나 기승전결, 감동의 순간을 일부러 만들려고 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울컥하는 순간이 있다. 방과후의 교사 중 하나인 논두렁(이들은 서로를 별명으로 부르고 아이들도 그렇게 부른다)이 방과후를 떠나게 되는 순간이 그렇다. 그리고 가수 우효의 노래 민들레를 아이들과 다같이 부르는 순간.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스틸

 

도토리 마을 방과후의 간판에 적혀있는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는 곳이라는 말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이 나라의 교육의 이상과 현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는 뛰어놀면서 커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같은 말들을 우리는 다 알고 있지만 어른들은 맞벌이로 바쁘고 학교와 학원은 아이의 장래를 위해 경쟁을 준비하는 스펙을 쌓는 공간이 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되는 걸까? 영화를 연출한 박홍열, 황다은 감독은 이 영화가 국회에서 상영되길 바란다고 밝혔고 영화 속 방과후 교사들의 글을 모은 책 <아이들 나라의 어른들 세계>가 발간되었다. 방과후 교사의 현실을 보고 사회적인 논의가 일어나서 아이들의 돌봄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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