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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so blue?', <아바타: 물의 길>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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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so blue?’, <아바타: 물의 길>
강선형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어디부터 거슬러 올라가 <아바타> 시리즈의 기술적 전환을 설명해야 할까? 가장 처음으로 가 보자. 뤼미에르 형제가 처음 영화를 상영하던 1895년으로 말이다. 뤼미에르 형제가 파리의 그랑 카페에서 <열차의 도착>을 상영했던 순간은 오래도록 회자되었다. 사람들이 기차가 정말로 화면 밖으로 돌진하는 줄 알고 기함했다는 것이다. 영화의 사실성이 그토록 놀라움을 선사했던 일은 일종의 기록 영화라고 할 수 있었던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 이후의 극영화에서도 계속되었다. <대열차강도>의 마지막 장면에서 정면을 향해 발사되는 총은 정말로 관객들을 실신시킬 정도로 놀라운 장면이었다. 영화는 늘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향해, 스크린 너머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해왔던 것이다. <셜록 주니어>에서 버스터 키튼이 스크린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그리고 그곳에서 온갖 모험이 펼쳐지는 것처럼, 영화의 꿈은 항상 현실이 되는 것이었고, 반대로 현실은 늘 영화를 꿈꾼다.
이렇게 영화의 역사는 늘 더 현실적인 것이 되고자 하는 여정이었다. 영화의 이미지는 필름 채색을 넘어 컬러가 되고, 영화의 사운드는 유성영화를 넘어 동시녹음이 되었다. 그런데 TV가 등장하며 영화가 더 현실에 가까워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는 더 거대하고 더 두근거리는 모험들을 꺼내었다. 영화는 현실에 가깝게 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넘어서고자 했다. 현실보다 더 압축적이고 더 스펙터클하게, 그래서 현실보다 더 강렬한 감각을 낳고자 했다. 어두컴컴한 영화관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영화는 더 이상 존립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의 위기의 역사가 팬데믹 시대에 다시 반복되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은 팬데믹 상황에서 영화관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새로운 드라마들이나 스트리밍용 영화들뿐만 아니라, 기존의 영화들도 TV로 옮겨가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서사를 구축하고 연결해 시리즈가 되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이끌었던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등도 이미 영화관이 아닌 곳에서 새로운 서사들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런데 <아바타: 물의 길>이 등장했다. 무려 13년 만의 속편인 이 영화가 영화관에 들어서지 않으면 결코 진정으로 경험될 수 없는 것을 되살렸다. 13년 전에도 <아바타>는 세계 영화의 패러다임을 뒤바꾸는 영화였다. <아바타> 이후 사람들은 3D가 영화의 미래라고 이야기했고, <라이프 오브 파이>, <그래비티> 등 뛰어난 3D 영화들이 만들어지면서 정말로 영화의 미래는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세계는 결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집에서 더 생생하게 가상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VR 기술이 더 각광받게 되었다. 그리고 2022년 <아바타: 물의 길>이 등장한 것이다. 또 한 번 잊혀진 영화의 꿈들을 되살리면서 말이다.
‘Why so blue?’, 이것은 <아바타: 물의 길>에서 마일스 쿼리치(스티븐 랭)가 인류의 배신자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를 사살하라는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면서 대원들에게 하는 말이다. 쿼리치와 대원들은 기억을 이식받은 아바타의 모습을 하고서, 그러니까 푸른빛의 나비족의 모습을 하고서 나비족을 이끄는 토루크 막토, 제이크를 사살하러 가는 길이었다. 실제로는 어려운 임무를 띠고 낯선 곳으로 가야 하는 대원들에게 왜 그렇게 긴장하고 있느냐는 뜻에서 묻는 말이고, 또 푸른 자신들의 모습을 빗대어 대원들을 웃음 짓게 하고 긴장을 풀기 위해 하는 말이지만, 왜 푸른 생명체들이 그토록 중요한지, 더 나아가 왜 푸른 생명체들을 등장시키는 이 영화가 중요한지 묻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영화 안에서 이야기하자면 지구를 끊임없이 파괴한 뒤 정착할 다른 행성을 또 찾고 있는 인간들에게 이 푸른 생명체들처럼 자연과 끊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기 때문이고, 영화 밖에서 이야기하자면 이 13년 만의 두 번째 푸른 영화가 영화의 생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그 목표를 알려주기 때문인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이 아바타 시리즈는 앞으로는 더 빠르게 우리에게 돌아올 예정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이미 세 번째 영화는 찍어두었고, 두 번째 영화의 흥행 여부에 따라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영화의 제작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영화에서 남겨두었던 것은 아바타였던 제이크 설리가 나비족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영화에서는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사이에서 태어난 네테이얌(제이미 플래터스), 로아크(비르튼 달튼), 투크티리(트리니티 블리스)와 달리, 인간의 피가, 그것도 쿼리치와 그레이스 박사(시고니 위버)의 피가 섞인 스파이더(잭 챔피언)와 키리(시고니 위버)가 맞이하게 될 이야기들을 남겨두고 있다. 특히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아바타>에서 판도라 행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에이와와 연결되었지만 끝내 죽음을 맞이한 그레이스 박사가 낳은 딸인 키리가 에이와의 육화라고 보여지기까지 한다는 점에서, 판도라와 인간의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의 문제가 남겨져 있다. 인간은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생명체일까? 인간과 나비족의 경계에 있는 이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종국에는 열어줄 수 있을까? 영화 내적인 질문들도 흥미롭지만, 영화의 바깥에서 아바타 시리즈의 이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생명 연장의 꿈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어두컴컴한 공간에 들어서서 사각형의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다른 세계를 체험하는 것, 영화에는 다른 중요한 예술적 성취들도 있지만 이것만큼 본질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한 번은 하늘로, 또 한 번은 바다로, 제임스 카메론은 어떤 세계로 우리를 다시 데려갈 것인가? 그리고 영화의 꿈은 다시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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