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당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사이트정보
home  > 영화  > 영화와 비평  > 영화로운 시선

영화로운 시선

영화로운 시선

영화로운 시선은 영화의 전당과 부산국제영화제의 협업으로 탄생한 '시민평론단'에게
영화에 관한 자유로운 비평글을 기고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인데요.
부산 시민들이 영화 비평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활발한 문화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합니다. 매월 개봉하는 대중영화와 한국독립영화를 바탕으로 게시되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장엄한 시 한 편을 위하여2023-01-26
죽은시인의 사회

“Carpe diem(Seize the day)”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대사이자 극 중 찰스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이다. 이 영화는 신기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건 바로 영화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와닿는 게 다르고 수업 속 대사 하나하나에 깊은 감명을 주는 시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은 완전히 그 속에 몰입되어 내가 마치 웰튼 학교의 학생으로 키팅 선생님의 수업에 빠져들었다. 키팅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나의 인생은 영화를 보기 전과 본 후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내 인생과 가치관을 바꾼 이 영화야말로 나의 인생 영화라고 자부할 수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미국의 입시 명문고인 웰튼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엄격한 규율로 틀에 박힌 수업을 전통적 교육 방식이라 여기는 웰튼 고등학교에서 이와는 반대로 카르페 디엠의 정신을 가르쳤던 그는 바로 앞서 언급한 존 찰스 키팅 선생님이었다. 이에 제자들은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자신들의 진정으로 원하는 일들을 찾아가며 자신의 신념을 믿고 실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키팅 선생님의 제자들은 키팅 선생님이 말한 시와 낭만을 갈구하던 소년들의 모임, “죽은 시인의 사회를 다시 부활시키기로 다짐한다. 그렇게 소년들은 억압해야 했던 감수성을 부활시켰고 점차 내면의 영혼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알아갔다. 하지만 그때의 사회는 그들의 감수성과 낭만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구성원이었던 닐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배우라는 꿈이 생겼지만 의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그의 꿈은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닐은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말았고, 그 책임을 웰튼 학교는 키팅 선생님에게 돌렸고 키팅 선생님은 결국 교직을 떠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STILLCUT


내 인생은 이 영화를 보기 전과 본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땐 미국 입시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충격이 매우 컸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스토리였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는 암담한 입시 사회가 담겨 있는 부분도 있지만 나는 키팅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말해보고 싶다.

20살 초반까지의 내 삶을 생각하면 정말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하루하루였다. 매일이 똑같은 하루였고, 그냥 빨리 밤이나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루 종일 하며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간다고 말하는 게 맞는 날들이었을 것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나의 꿈은 무엇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갔다. 하지만 키팅 선생님의 말씀이 이런 나의 마음가짐을 바꿔주었다. 영화에서 키팅 선생님을 통해 소개된 시 중 가장 내 마음을 울렸던 두 가지의 시가 있다. 하나는 로버트 헤릭의 처녀들에게, 시간을 소중히 하기를”(To the VIrgins, To make much of time)이고 하나는 월트 휘트먼의 오 나여! 오 삶이여!”(Oh, me! Oh life!)이다. 키팅 선생님은 “Carpe diem”을 설명하기 위해 로버트 헤릭의 처녀들에게, 시간을 소중히 하기를이라는 시를 인용하였다. “할 수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모으라, 시간은 계속 달아나고 있으니 그리고 오늘 미소 짓는 이 꽃이 내일은 지고 있으리니라는 구절이었는데 내일이면 꽃이 지니 지금, 현재를 잡아라, 그리고 인생을 특별하게 살아라라는 게 선생님의 뜻이었다. 그리고 월트 휘트먼의 오 나여! 오 삶이여!”에서는 삶이 존재하고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장엄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도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구절이 내 마음을 울렸다.


STILLCUT


나는 이 두 시를 알게 되고 처음 깨달은 사실은 나의 인생이라는 시를 만들어가는 건 오직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계속 미루고 미루다 나는 결국 예전보다 발전한 게 없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나는 이전과는 180도 다른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일단 제일 먼저 작은 나의 생활패턴부터 바꿔가기 시작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늦게 잠들고, 강의시간에 늦지 않을 정도로만 겨우 일어나던 나의 생활패턴에서 늦어도 12시에는 침대에 눕고, 7시에는 일어나 꼭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취침 시간을 바꾼 것만으로도 나에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항상 피곤하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는데, 생활패턴을 바꾸고 나서부터는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건강한 하루를 보내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하루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역량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특별한 인생 살기 프로젝트는 나를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하게 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여름방학에 있는 세계대학총장포럼의 의전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 전 세계 대학 총장님들께서 우리나라로 오시는 일주일 간 총장님을 모시는 일이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의 나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일주일간 합숙을 하며 교육을 받고 다음 일주일간은 다른 나라의, 심지어는 언어도 통하지 않는 총장님들을 모셔야 한다니,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특별한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내 인생을 특별하게 하려면 일단 현재에 안주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렇게 도전한 세계대학총장포럼 의전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시야는 넓어졌고, 세계 각국의 훌륭한 총장님들의 마인드를 배울 수 있었고, 영어회화 실력 또한 자연스레 늘었으며, 힘들어도 버텨내는 힘을 길렀다. 이뿐만 아니다. 하루는 학교 건물 입구에 붙어있는 영어말하기대회 포스터를 발견했다. 당연히 부담스러웠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활동이었지만 나는 또 특별한 인생을 위해 도전했다. 계속 원고 수정을 하기 위해 대학교수님을 만나고, 조금씩 스피치 실력이 향상하는 내 모습을 보며 영어 말하기에 흥미를 붙여갔다. 그리고 지역 본선에서 1등상을 받아 전국 결선에까지 올라가게 됐다. 전국 결선에서의 나의 목표는 하나였다. 나는 이 대회를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경쟁 상대는 바로 였다. 지역 본선보다 나은 스피치를 심사위원들께 보여드리는 것, 그게 나의 유일한 목표였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그 목표를 이루었다. 무대에 올라가서도 하나도 긴장이 되지 않았고, 온전히 내 원고에 푹 빠져들어 스피치를 하고 내려왔다. 비록 상은 받지 못했지만 나는 저번보다 나아졌다는 사실에 이미 상을 받은 만큼이나 마음은 행복했다. 여기에 다 적진 못하지만 그 영화를 본 이후로 나는 계속해서 많은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방송장비를 다루는 법도 배우고, 대학 동아리에도 가입하고, 그러면서도 매일 그날 강의에서 배운 내용 복습을 잊지 않고,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처럼 공모전도 준비하며 매일매일을 어제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특별한 인생을 위해 내년엔 1년간 해외봉사를 갔다 오기 위해 훈련과 교육도 계속해서 받는 중이다.


STILLCUT


이렇게 너무나도 바뀐 나의 삶을 생각하기만 해도 벅차다. 내가 키팅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앞으로도 내가 존재하는 이 장엄한 연극 속에서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황홀한 시 한 편을 완성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것이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까지 무엇이든, 어떤 분야든 도전할 것이고, 끊임없이 성장할 것이다. 이전의 나같이 하루하루를 의미 없게, 재미없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꼭 추천하고 싶다.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을 이해한다면 누구든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만들어내리라 믿는다.

다음글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죽음에 대한 성숙한 시선
이전글 나의 우주, 엄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