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영화 <30일>이 3,000일을 담아내는 방식

송영애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지난 10월 3일에 개봉한 영화 <30일>(남대중, 2022)은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 그리고 주변 인물의 시끌벅적 코미디 영화다. 이 영화의 매력 세 가지를 정리해볼까 한다. 영화 <30일>이 남녀 주인공의 과거 3,000일의 기억을 상영시간 119분 안에 담아낸 방식 정리라 하겠다.

초반에 바뀐 목표, 의외의 설정

영화 <30일>은 초반부터 의외의 설정이 튀어나오면서, 모두의 목표가 바뀌고, 재미도 배가 된다. 영화는 초반에 ‘오늘부터 30일’을 외치며 시작된다. 친절하게 ‘D-30’ 자막도 뜬다. 판사 앞에서 유치할 정도로 단호하게 이혼을 원한다는 걸 외치고 나온 정열과 나라는, 이제 숙려기간 30일만 보내면 이혼이다. 

문제는 법원을 나서자마자, 두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발생한다. 다행히 큰 부상 없이 무사히 의식이 돌아왔지만, 기억이 사라진다. 가족과 친구는 물론 서로도 알아보지 못하는데, 자신들이 이혼 중인 부부인 것도 모른다. 

이제 그들의 목표는 ‘이혼하기’에서 ‘기억 찾기’로 바뀐다. 가족과 친구도 이들의 이혼을 돕거나, 뜯어말리는 것에 앞서, 일단 그들의 기억을 찾게 하는 데 기꺼이 나선다. 관객은 30일이 그대로 지나면 두 사람은 남남이 된다는 걸 아는 채로, 그들이 이혼하는 과정 대신 그들이 기억을 찾는 과정을 보게 된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회상

영화 시작과 함께 정열과 나라는 치고받듯이 기억을 헤집는다. 예를 들어 결혼하게 된 과정, 이혼하게 된 이유 등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두 사람 모두 씩씩하게 대답하고, 회상 장면으로 이어진다. 회상하는 사람에 따라 회상 장면 속 상대방이 꽤 끔찍하게 그려진다. 

영화 중반부터는 주변 인물의 회상도 이어진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어떻게 만난 거냐는 정열과 나라의 질문에 다들 열심히 대답한다. 역시 당시 상황으로 회상 장면이 이어진다. 그들의 기억 속 정열과 나라의 모습 역시 그들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회상은 정열과 나라의 3,000일 중 일부를 시간 순서와 무관하게 보여준다. 회상하는 주체도 매번 다르다. 같은 상황 다른 회상을 통해 오해가 풀리기도 한다. 결국 이혼에 이른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화자에 따라 다양한 결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저렇게 만났구나’, ‘저렇게 사랑에 빠졌구나’ 하면서 지켜보는 재미가 묘하다.

‘이것은 영화!’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종종 대 놓고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관객을 향해 말하는 것이다. “제가 이러니 참을 수 있겠습니까?” 식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여러분은 지금 영화를 보고 계십니다!”를 계속 강조하는 이야기도 한다. 늘 휴대전화만 보고 있다가, 드디어 말문을 연 인물에게 “어 너 대사 있네.”를 외치는 식이다. 

게다가 나라의 직업은 영화 프로듀서다. 변호사인 정열이 변호사로서 일하는 모습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나라가 일하는 영화 촬영 현장 안팎의 모습은 꽤 나온다. 집에서는 시나리오를 읽는다. 

관객은 영화 <30일>을 보며 예상 밖 목표로 30일을 지켜보며,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시끌벅적 회상 장면을 통해 목격하고, 더불어 영화 안팎의 모습까지 인지하게 된다. ‘나 지금 영화 보고 있지?’를 수시로 느끼며 보는 재미가 매력적인 영화 <3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