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2D와 3D가 공존하는 영화 <위시> 즐기기

송영애(한국영화평론가협회)

지난 1월 3일에 개봉한 영화 <위시>(크리스 벅, 폰 비라선손)는 말 그대로 소원, 소망, 바람에 대한 영화다. 마냥 ‘소원을 말해요, 다 들어줄게요.’ 식으로 꿈과 환상에 기댄 대리만족용 영화는 아니고, 꽤 현실적인 고민과 해결 과정을 담아낸 영화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마냥 환상적이기엔 현실적이고, 현실적이기엔 낭만적인 애매한 지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위시>가 즐기기 어려운 건 아니다. 꿈과 환상 그리고 현실이 공존하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끊임없는 변화의 역사도 발견할 수 있다.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해, 디즈니 만화영화의 오랜 특성과 2D, 3D 기법 등도 모두 담아내어 더욱 흥미롭다. 

영화 <위시>를 더 즐길 수 있는 팁을 소개하고 싶다. 

- 예상과 기대는 살짝만 하라! 

영화 <위시>를 소개하는 글이나 영상에 빠지지 않는 화려한 수식어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겨울왕국> 시리즈 제작진이 선사하는 이야기’ 등은 잊는 게 좋겠다. 영화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강력한 선입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예상과 기대는 실망만 줄 뿐이다.

애초에 모두를 만족시킬 100주년 영화 제작은 가능하지 않다. 어떤 영화가 100주년 영화스러운 걸까? 그리고 <겨울왕국> 시리즈와는 어떤 식으로 닮아야 할까? 혹은 달라져야 할까? 아니면 뭔가 거창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정답이나 대안도 없이 실망이나 비교를 하기보다는 그냥 그동안의 디즈니 만화영화에 대한 대략적인 기억을 안고 영화를 보는 걸 추천한다. 디즈니가 이번엔 어떤 선택을 했는지 지켜보는 거다. 빙고!’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의외’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영화에 대한 태도만 약간 달리하면 여러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 소원에 대해 재해석을 해보자! 

<위시>라는 제목 역시 ‘의외성’이 주는 재미를 제공하는 면이 있다. ‘위시‘라는 단어는 왠지 환상적이고 꿈같은, 그래서 덜 현실적인 바람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체적 행위보다는 추상적 바람이나 신념이 떠오르며 왠지 설레기까진 한다. 영화를 통해 누군가 소원을 이루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 <위시>는 마냥 꿈과 환상만 가득한 건 아니다. <백설공주>의 거울, <신데렐라>의 요정, <알라딘>의 지니처럼 누군가 소원을 들어주고, 후딱 이루어지는 모습을 멋지게 그려내지도 않아서, 소원에 대한 일종의 재해석을 시도한다. 

<위시>에서 매그니피코 왕이 마법을 이용해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 다만 그 확률이 매우 낮아서 거의 로또 당첨 수준이라 더 절실하다. 영화 <위시>는 꿈과 환상, 마법이 가득한 로사스 왕국에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소원이 그렇게 한순간에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를 소원을 빈 사람은 그저 누군가가 소원을 들어주길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지 등을 묻는다.

- 변화도 느껴보자! 

무엇보다 또 한 편의 새로운 디즈니 만화영화를 본다는 마음이면 더욱 편하게 <위시>를 즐길 수 있다. 10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비교 대상이 없다면 변화를 느낄 수 없지만, 그동안 보아온 디즈니 만화영화가 한두 편이 아니지 않은가?

주인공 아샤를 통해 보이는 기존 주인공들, 매그니피코 왕이 떠올리는 기존 빌런들을 비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저를 구해주세요’, ‘저를 사랑해 주세요’라며 마냥 기다리는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100년 사이 디즈니 주인공들은 매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인물이 되었다.

100주년을 기념해 기존의 여러 인물, 상황, 음악, 그리고 2D 기법까지도 모두 담아냈다고 하니, 찾아내는 재미가 크다. 이 역시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답습 혹은 오마주, 향수 등으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재미의 정도도 달라질 수 있다.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2D와 3D 등등 많은 것들이 공존하는, 디즈니 100년의 내공이 가득 담긴 영화 <위시>이다. 이 영화를 보며 나의 소원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점검해 보길 바란다. 

이미지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