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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란 무엇인가, <외계+인 2부>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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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인가, <외계+인 2부>
강선형 한국영화평론가협회
2022년 개봉했던 <외계+인 1부>는 2부에 대한 여러 우려와 기대를 낳았다. 우려 가운데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는 역시 모든 것들이 익숙하다는 것이었다. ‘익숙한 것들의 백화점’, 1부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2부가 1부에서 쌓아놓은 캐릭터들을 활용하는 데 머문다면, 설정이나 전개 방식, 새로운 생명체나 로봇 디자인 등이 모두 어디서 본 것들이라는 문제는 극복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24년 개봉한 <외계+인 2부>는 결과적으로 이 어려움을 제대로 극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맹인 검객과 같은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굳이 <자토이치>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역시 새로운 이미지는 아니다. 그리고 기대했던 <외계+인>만의 설정들도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외계의 죄수들을 인간의 몸에 가두어 놓는다는 설정은 주인공들의 몸을 옮겨 다니며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죄수들을 가두어놓기 위해 오랫동안 지구에 머무는 ‘가드’라는 존재의 인간과 외계인 사이에서의 갈등이나 고뇌 같은 좋은 소재들은 오히려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되어버렸다. 1부에서 쌓아놓았던 가드(김우빈)와 이안(김태리)의 관계는 2부에서는 그저 썬더(김우빈)와의 관계로 치환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외계+인 2부>는 1부에서 펼쳐놓은 많은 설정들을 잘 그러모으고 캐릭터의 관계들을 촘촘히 연결하며 완결에 이르지만, 여전히 산적해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런데 <외계+인 2부>는 이러한 1부에서도 발생했던 문제만이 아니라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외계+인 2부>의 구성 자체가 영화적 구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이 이 글의 제목에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제목을 붙인 이유이다.
OTT 시대가 열리면서 영화와 드라마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일은 가속화되었다. 많은 거장 감독들이 극장이 아니라 OTT용 영화를 만들고, 긴 호흡의 영화처럼 시리즈물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시리즈 드라마를 한 편의 영화로 편집하여 개봉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이제 ‘영화’라고 우리가 부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모든 것을 통칭하기 위해 ‘콘텐츠’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된다.
오래전부터 시리즈 영화는 있어왔다. 대표적으로는 <반지의 제왕>을 들 수 있겠다. <반지의 제왕>은 기존의 영화처럼 1편의 인기에 힘입어 만들어지는 2편, 3편이 아니라, 처음부터 시리즈로 제작되었던 영화였다. <외계+인>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영화와 드라마를 가르는 ‘시리즈’라는 기준은 이미 무너져있던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을 ‘콘텐츠화’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온 막을 수 없는 흐름이고, ‘영화적인 것’을 고집하는 것이 오히려 구태의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은 여전히 ‘영화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영화였다. <반지의 제왕> 한 편 한 편의 구조를 생각해 보면, <반지의 제왕>은 각각의 시리즈가 완결적인 영화적 구조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적 기승전결에 충실하고 한 편에서 등장하는 설정들을 그러모으는 일을 다음 편으로 미뤄놓지 않는다. 그래서 최종적인 결말을 기대하게 하기 위해 다음 편을 예고하는 것은 본 편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쿠키와 같은 역할로 남아있었다.
<외계+인 1부>는 많은 설정들을 잘 회수하면서 여러모로 완결적인 구조를 가진다고 볼 수 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외계+인 2부>는 1부에서 펼쳐놓은 설정들을 그러모으면서도 완결성을 획득하는 데 실패한다. 왜냐하면 영화가 그러한 영화적 구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외계+인 2부>는 영화적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여러 드라마 시리즈를 압축해 놓은 것처럼 전개된다. 2부에서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신검을 찾아야 하는 각자의 이유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신검을 쫓게 되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이 과정은 긴밀하게 연결되기보다는 이 각축전에 참여하는 각각의 인물들이 하나의 에피소드를 전개시키는 것처럼 단절되어 있다. 이안뿐만 아니라 무륵(류준열)도 끼어들게 되고, 흑설(염정아)와 청운(조우진)도 참전하게 되며,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 또한 자장(김의성)과의 과거 악연으로 인해 신검을 쫓게 되는 에피소드들이 모두 현대에서 최종적으로 벌어지게 될 마지막 에피소드를 위해 달려가는 시리즈물처럼 보이는 것이다.
영화의 캐릭터들에게 모두 서사를 부여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영화 전체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최동훈 감독의 장기인데, 2부는 1부보다도 유기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이지도 않다. 이것이 <외계+인 2부>를 한 편의 압축된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안과 무륵의 관계뿐만 아니라, 능파와 민개인(이하늬), 무륵과 우왕(신정근), 좌왕(이시훈), 이안과 썬더, 각각의 관계들은 나름의 끝을 맺지만 모두 단절된 에피소드의 결말들을 가지고 있을 뿐,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 전체가 압축된 드라마처럼 보이게 되는데, 각 시퀀스가 끊임없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물음을 남기며 에피소드들이 끝나는 드라마의 형식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영화란 드라마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집에서 TV로 보든 영화관에서 보든 그런 외적인 차이보다는, 영화 내적인 형식의 문제에서 여전히 영화는 드라마와 다르다. 영화는 드라마처럼 매 시퀀스를 사람을 유인하는 방식으로 끝맺지 않는다. 그래서 한 호흡처럼 느껴지는 유기적인 흐름으로 관객을 이끌고, 그렇다면 여전히 그것은 영화적 구성이다. 영화 같은 한 편의 완결된 에피소드를 가진 드라마도 많이 있지만 거기에는 늘 시청자로 하여금 여러 에피소드를 계속해서 지켜보게 만들어 줄 큰 동인이 있다.
어쨌든 <외계+인 2부>는 그런 영화의 형식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점에서 1부보다 나쁘다. 비록 1부의 많은 단점들을 덜어냈을지라도 말이다. 어쩌면 드라마였다면 유기적인 기승전결을 가지고서 사람들을 계속해서 지켜보게 만드는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점점 더 답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겠지만 여전히 다른 콘텐츠들로 환원되지 않는 영화만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잃어버리는 건 외연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저 잃어버리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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