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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시선은 영화의 전당과 부산국제영화제의 협업으로 탄생한 '시민평론단'에게
영화에 관한 자유로운 비평글을 기고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인데요.
부산 시민들이 영화 비평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활발한 문화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합니다. 매월 개봉하는 대중영화와 한국독립영화를 바탕으로 게시되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오빠, 남진>: 오빠 인생 60년째2024-09-19
영화 <오빠, 남진> 스틸컷 이미지



<오빠, 남진>: 오빠 인생 60년째


김현진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단)


최근 한국영화에서 특정 가수의 팬덤을 위해 기획된 콘서트 무비, 공연 실황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많이 개봉되고 있다. 2025년에 데뷔 60주년을 맞게 되는 가수 남진의 다큐멘터리 영화 <오빠, 남진>도 이 흐름에 포함된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남진의 가수 인생 60년의 이력 때문이다. 무려 60년. 전례 없던 여성 팬덤인 ‘오빠부대’란 말을 만들어냈고 공식 팬클럽을 가졌던 한국 대중음악사 최초의 아이돌 가수.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업적이지만 남진은 그저 소박하고도 정감 있는 수식어 ‘오빠’라는 이름으로 남기를 원한다. 남진의 소탈한 성품처럼, <오빠, 남진>도 과장된 수사나 장식을 통해 남진의 업적을 과장하여 찬양하지 않고 그의 인생과 음악을 담담하게 돌아보려 한다. 이것은 인생을 잘 살아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회고록이다.


영화 <오빠, 남진> 스틸컷 이미지2


영화는 남진과 그의 동료들, 후배들의 인터뷰와 남진이 가수로, 배우로 활동했던 그 시절의 자료화면, 사진, 신문기사들을 통해 그의 가수 인생 60년을 구술한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도 데뷔한 일, 데뷔곡 ‘서울 푸레이보이’의 뼈아픈 실패, ‘연애 0번지’란 곡이 히트했지만 박정희 정권 아래서 ‘퇴폐곡’으로 찍혀 금지곡이 되었던 사연, ‘울려고 내가 왔나’, ‘가슴 아프게’의 히트로 톱스타가 된 시절, 해병대 입대와 베트남전 파병으로 인한 3년의 공백기, ‘님과 함께’의 대히트로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던 시절, 남진과 나훈아의 라이벌 구도, TBC 방송 통폐합, 조용필을 비롯한 가요계의 새로운 흐름에 밀려 줄어든 인기와 기나긴 공백기, ‘둥지’의 히트로 재기에 성공, 지금까지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하는 남진. 이 사이로 남진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인 ‘님과 함께’, ‘가슴 아프게’, ‘빈잔’, ‘둥지’, ‘상사화’, ‘모르리’ 등의 노래들이 어쿠스틱으로 편곡된 라이브 영상으로, 콘서트 실황 영상으로 등장한다. 


영화 <오빠, 남진> 스틸컷 이미지3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진을 안다. 그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무관심할 수는 있겠지만 그를 모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기나긴 가수 활동의 이력, 누구나 아는 그의 히트곡들, 수많은 음악 방송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 하지만 우리는 인간 남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나도 남진에 대해 단순히 순탄하게 스타가 되어 긴 세월을 잘 먹고 잘 살았던, 그저 운 좋은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많은 행운만큼 많은 불운을 겪은 사람이고 그때마다 인생의 중대한 기로에서 현명한 결정을 통해 그것을 헤쳐나간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 <오빠, 남진> 스틸컷 이미지4


그의 첫 번째 시련은 해병대 입대와 베트남전 파병이다. 남진의 파병 기간은 원래 1년이었으나 전우들이 죽어가는 전장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던 그는 본인이 직접 요청해서 2년간 베트남에 남았다. 이 결정은 그가 존경하고 벤치마킹했던 팝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자원입대라는 행보와 비슷했고, 이는 대중들의 큰 호감을 얻게 된다. 두 번째 큰 시련은 더 이상 예전만 못하게 된 그의 인기였다. 그의 말대로 인기는 파도와 같은 것이어서 밀물처럼 밀려오면 언젠가는 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남진은 그 시절 영광의 순간이 다시 올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때부터 자신을 원하는 무대라면 어디든 전국을 돌며 찾아다녔다. 팬이 나를 보러 오지 않는다면 내가 팬들을 만나러 가면 된다는 마음. 자존심을 내려놓은 이 결정은 남진을 과거형 스타가 아닌 현재진행형 스타가 될 수 있게 해줬다. 이미 과거에 많은 걸 이루어서 그냥 편안한 여생을 누릴 수도 있었던 그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아마도 음악과 무대와 팬들에 대한 사랑 때문일 것이다. 그는 천생 가수고 영락없는 무대쟁이다.


영화 <오빠, 남진> 스틸컷 이미지5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고 재밌게 본 장면 하나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려고 한다. 후배 가수 박현빈이 남진 특유의 노래 사이사이마다 멜로디와 가사의 발음을 슬쩍슬쩍 생략해 버리는 창법을 흉내 내면서, “선생님은... 노래를 반밖에 안 부르세요. 개런티도 절반만 드려야 되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정말 웃겼다. 거의 아버지뻘인 나이 차이가 나는 가요계의 까마득한 대선배에게 저런 식으로 농담을 할 수 있다는 것. 이걸 보고 박현빈을 건방진 후배라고 이해해 버리면 매우 곤란하다. 이건 남진이 까마득한 후배들과도 얼마나 격의 없이 지내는 선배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전설로 남은 사람이면서도 동시에 후배들이 전혀 어려워하지 않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도 할 수만 있다면 저렇게 늙고 싶다.


영화 <오빠, 남진> 스틸컷 이미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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