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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21세기 젊은 거장 4인전

Cineastes in the 21st Century

2016-09-06(화) ~ 2016-09-25(일)

21세기 젊은 거장 4인전

: 리산드로 알론소, 켈리 레이차트, 미겔 고미쉬, 크리스티안 페촐트


가을의 도착과 함께, 세계의 젊은 거장 4인을 만납니다. 자연 연령으로 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아직은 영화세상에서 미지의 인물에 가까우며, 5편 안팎의 작품들을 통해 이제껏 보여준 것보다는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잠재력과 가능성의 감독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을 젊은 거장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6,000원 / 유료회원, 경로, 청소년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상영문의)

릴레이 특강


강연: 영화평론가 박인호


일정:


* 켈리 레이차트에 대하여 - 9/8(목) 19:30 <웬디와 루시> 상영 후


* 크리스티안 페촐트에 대하여 - 9/9(금) 19:00 <내가 속한 나라> 상영 후


* 미겔 고미쉬에 대하여 - 9/21(수) 19:00 <타부> 상영 후


* 리산드로 알론소에 대하여 - 9/22(목) 19:00 <도원경> 상영 후








Program Director's Comment




우리는 흔히, 역시 옛날이 좋았어, 라고 얘기합니다. 물론 이 말에는 모종의 진실이 있습니다. 영화에 관한 한 더욱 그러합니다. 중세 이후 유럽 문화가 끊임없이 그리스 로마 시대를 동경해왔듯이, 1960년대 이후 세계 영화는 역동적이고 낙천적이며 공동체적인,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고전기 영화의 풍요를 동경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멈춘 적이 없습니다. 오늘에도 세계의 곳곳에서 영화의 한계를 질문하며 분투하는 젊은 시네아스트들이 또 다른 영화 르네상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을의 도착과 함께, 세계의 젊은 거장 4인을 만납니다. 1960년대생이 둘이고 1970년대생이 둘이니 자연 연령으로 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아직은 영화세상에서 미지의 인물에 가까우며, 5편 안팎의 작품들을 통해 이제껏 보여준 것보다는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잠재력과 가능성의 감독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을 젊은 거장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리산드로 알론소는 뉴 아르헨티나 영화의 선봉으로 꼽히는 감독입니다. 알론소는 침묵하는 인물과 다층적 풍경의 작가입니다. 말 없는 주인공은 집을 향해 혹은 영원한 정착지를 향해 가지만 목적지의 정체는 알기 힘듭니다. 장소와 풍경은 공존 불가능한 시간대를 오가거나, 역사적 사건이 개연성 없이 침투해 그의 주인공도 영화를 보는 우리도 길을 잃습니다. 알론소의 영화는 정돈된 물리적 현실 감각을 교란함으로써, 오늘날 우리의 방향 상실과 고립을 피부 깊숙이 체험하도록 이끕니다.


한 벌목공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고도의 감각적 긴장에 이르는 문제적 데뷔작 <리버타드>(2001)에서부터, 2014년 세계의 거의 모든 영화매체가 10베스트 목록에 올렸으며 평론가 제임스 콴트가 “알랭 레네가 만든 <수색자>와도 같다”고 절찬한 최신작 <도원경>에 이르기까지 그의 다섯 편의 극영화 전부를 이번 기획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켈리 레이차트는 21세기 미국 독립영화계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1990년대부터 많은 미국 독립영화들은 고유의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잃어버리고 할리우드로 진출하기 위한 제스처로 무장했지만, 레이차트는 모든 종류의 상업적 기교를 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인디의 여제’입니다. 대개 더 나은 삶을 향해 길을 떠나는 하층민의 여정을 그린 레이차트의 영화는 일견 차갑고 건조하지만, 동시에 어떤 수사학도 이를 수 없는 깊은 슬픔이 심연에 잠복해 있습니다. 말하자면 최소의 기교로 최대의 감정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레이차트의 영화는 1960, 70년대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진정한 후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레이차트의 이름을 세계영화광들 사이에 각인시킨 걸작 <믹의 지름길>(2010)은 물론이고, 누아르 풍이지만 레이차트 특유의 멜랑콜릭한 감성이 녹아든 데뷔작 <초원의 강>(1994), 미국 영화평자들이 ‘진정한 인디’라고 절찬한 <올드 조이>(2006)와 <웬디와 루시>(2008), 그리고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문제작 <어둠 속에서>(2013)가 이번 기획전을 찾아옵니다.




포르투갈의 미겔 고미쉬는 <타부>(2012)와 <천일야화> 시리즈(2015)로 단숨에 촉망받는 예비 거장으로 떠올랐습니다. 안토니우 레이스,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 페드로 코스타 등 그의 선배들처럼, 고미쉬 역시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가볍게 넘나들고 영화와 문학이 자유롭게 교통하는 탈경계의 작가입니다. 하지만 고미쉬는 감독으로서의 자의식과 조국 포르투갈이 당면한 현실을 전경화한다는 점에서 더욱 도발적이고 자유분방하며, 이 때문에 젊은 포르투갈 감독들의 대표자로 평가됩니다. 특히 고미쉬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허구 속의 허구라는 일견 유희적 서사를 가장 구체적인 현실 묘사와 충돌시켜 우리에게 허구의 현실성과 현실의 허구성을 일깨워줍니다. 


유머러스하고 아름답고도 기발한 데뷔작 <서른 살의 얼굴>(2004), 영화 자체가 탈경계의 축제와도 같은 <사랑스런 8월>(2008), 그리고 이야기 속 이야기의 화법을 통해 사랑과 기억의 문제를 탐구한 문제작 <타부>(2012), 그리고 2015년 평자들이 꼽은 최고의 영화 명단에 거의 빠지지 않은 산만하면서도 매혹적인 걸작 <천일야화> 1, 2, 3부 등 고미쉬의 모든 장편이 상영됩니다.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많은 독일 평론가들이 꼽는 독일 최고의 현역 감독입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페촐트의 이름은 해외에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의 영화의 배경이 독일의 역사적 사건에 한정돼 있고, 별다른 실험적 기교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페촐트는 어떤 경우에도 사건 자체를 다루는 게 아니라, 사건 속의 인물들의 내면 풍경에 집중합니다. 페촐트의 인물들은 대개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지며, 그로 인해 더 큰 고통과 고립에 빠져듭니다. 강요당한 침묵과 고립은 우리 시대의 많은 주변인들이 처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그의 영화가 지닌 보편적 호소력일 것입니다. 


베를린 은곰상 수상작이며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바바라>(2012)를 비롯해 좌익 테러리스트들의 황량한 삶을 그린 데뷔작 <내가 속한 나라>(2000), 편집증에 빠진 여인의 내면을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묘사한 수작 <옐라>(2007), 삼각관계의 멜로드라마 속에 전쟁의 상흔과 인종 문제를 녹여낸 문제작 <열망>(2008), 그리고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됐으며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삶을 새로운 각도로 그려낸 최신작 <피닉스>(2014) 등이 이번에 상영됩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