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MOVIE
[시네마테크] 프레스턴 스터지스와 클래식 코미디
Preston Sturges and the Classic Comedies
2019-12-06(금) ~ 2019-12-25(수)
상영 기간: 2019.12.6.(금) ~ 12.11.(수) / 12.15.(일) ~ 12.25.(수) (매주 월요일 상영없음)
상영작
위대한 맥긴티 (1940, 프레스턴 스터지스) / 7월의 크리스마스 (1940, 프레스턴 스터지스)
레이디 이브 (1941, 프레스턴 스터지스) / 설리번의 여행 (1941, 프레스턴 스터지스)
팜 비치 스토리 (1942, 프레스턴 스터지스) / 모건 크리크의 기적 (1943, 프레스턴 스터지스)
정복자 영웅을 환대하라 (1944, 프레스턴 스터지스) / 거짓 편지 (1948, 프레스턴 스터지스)
이지 리빙 (1937, 미첼 라이슨) / 미드나이트 (1939, 미첼 라이슨)
그 밤을 기억하라 (1940, 미첼 라이슨) / 숙녀의 명예 (1936, 잭 콘웨이)
스테이지 도어 (1937, 그레고리 라 카바) / 5번가에서 생긴 일 (1947, 로이 델 루스)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 요금
- 일반 6,000원 / 유료회원, 경로, 청소년 4,000원
- 주최
- (재)영화의전당
- 상영문의
-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주요정보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박인호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 Director’s Comment
올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할리우드 고전기의 빛나는 코미디 영화들을 만나는 기획전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기획전에 상영될 영화들은 물론 코미디로 분류되지만 동시에 걸출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클래식 코미디의 특별한 자질은 유머와 웃음의 코드가 드라마의 미덕 및 캐릭터의 일관성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뛰어난 클래식 코미디는 또한 뛰어난 드라마이기도 할 것입니다.
프랑수아 트뤼포가 할리우드 코미디의 4대 천왕이라 칭한 감독들이 있습니다. 프랭크 카프라, 에른스트 루비치, 레오 맥커리 그리고 프레스턴 스터지스입니다. 앞의 세 사람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익숙하실 것입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이들의 특별전을 이미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 중에서 프랭크 카프라는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존 카사베츠의 말을 빌리면 실제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 캐릭터와 서사를 만들어 낸 인물이 카프라입니다. 에른스트 루비치는 초국가적인 로맨티시즘의 이상향을 만들어 낸 인물이며, 4대 천왕 중에서도 영화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내일을 향한 길>이 재발견되면서 21세기 들어 점점 더 성가가 높아지고 있는 레오 맥커리는 한 편의 영화를 한 편의 소곡처럼 조율해 낸 위대한 장인입니다.
이들 중 프레스턴 스터지스는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감독입니다. 이것은 그가 만든 극영화가 12편에 불과한데다, 그의 주요 작품 8편이 1940년에서 1944년까지라는 아주 짧은 기간에 쏟아져 나왔다는 점과도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할리우드 영화의 역사에서 스터지스는 특별한 자리에 있는 감독입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최초의 할리우드 감독입니다. 오슨 웰스, 빌리 와일더 등이 그 계보를 잇는 거장들입니다. 물론 감독이 작가를 겸한다는 사실 자체가 작품의 예술적 자질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감독을 공장식 분업 체계의 한 직종으로 간주하던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이야기와 미장센을 동시에 창조하는 사람의 등장이라는 건 결코 작은 사건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의 데뷔작 <위대한 맥긴티>(1940)를 위해 아카데미가 오리지널 각본상을 처음 만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것입니다.
물론 더 중요한 점은 그의 영화가 지닌 특별한 자질입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대사, 아찔한 속도감, 기지와 위트의 파노라마 같은 코미디 영화의 일반적 자질에서도 스터지스의 영화는 영화사를 통틀어 최상급에 속합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웃음 이면에 미국 사회에 대한 비수 같은 풍자,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깊은 성찰, 야수적이고 폭력적인 충동을 감추고 있습니다. 스터지스의 코미디에는 냉철한 지성과 깊은 허무와 염세의 정조가 음각되어 있는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스터지스의 비판적인 풍자 코미디들이 미국에서 애국적 선동이 기승을 부리던 2차 대전 와중에 태어났고 대부분이 당대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스터지스의 영화는 희망 없는 삶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 웃음임을 믿는 창작자가 우울한 당대인에게 건넨 선물과도 같았던 것이라고 짐작하게 됩니다. 오늘의 우리가 그의 영화에 매혹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스터지스의 대표작 8편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클래식 코미디 6편도 함께 상영됩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 영화들 중에는 국내 시네마테크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미첼 라이슨의 세 영화가 있습니다. 라이슨은 능숙한 장인 정도로 취급받아 왔지만 최근 들어 그의 영화에 담긴 도덕적 성적 모호성에 대한 통찰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지 리빙>과 <그 밤을 기억하라>는 프레스턴 스터지스가 각본을 쓴 작품으로, 스터지스의 연출작에 비해 훨씬 더 감미롭고 부드러운 톤의 미장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그레고리 라 카바의 <스테이지 도어>, 로이 델 루스의 <5번가에서 생긴 일>은 지금은 거의 잊혔다 해도 당대 관객의 깊은 사랑을 받았던 두 뛰어난 장인이 빚어낸 코미디 영화의 진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 코미디의 작은 잔치가 한 해의 마지막 날들을 위한 위안거리가 되기를, 그리고 그 웃음과 소동 이면에서 또 다른 영화적 쾌감의 원천을 발견하시길 빕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