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MOVIE
[시네마테크] 오래된 극장 2019
Films in Our Memories 2019
2019-12-26(목) ~ 2020-01-26(일)
섹션 '벌거벗은 유년 시절'
홍당무 (1932, 쥘리앙 뒤비비에) / 굿바이 마이 라이프 (1937, 빅터 플레밍)
벌집의 아이들 (1948, 시미즈 히로시) / 시벨의 일요일 (1962, 세르주 부르기뇽)
올리버 (1968, 캐롤 리드) / 케스 (1969, 켄 로치)
까마귀 기르기 (1976, 카를로스 사우라) / 남쪽 (1982, 빅토르 에리세)
동년왕사 (1985, 허우샤오시엔) / 사이다 하우스 (1999, 라세 할스트롬)
섹션 '파리의 밤'
오르페브르 부두 (1947, 앙리-조르주 클루조) / 현금에 손대지 마라 (1954, 자크 베케르)
커다란 위험 (1960, 클로드 소테) / 지하실의 멜로디 (1963, 앙리 베르누이)
고독 (1967, 장-피에르 멜빌) / 시실리안 (1969, 앙리 베르누이)
암흑가의 세 사람 (1970, 장-피에르 멜빌) / 꼭두각시여, 안녕 (1983, 클로드 베리)
섹션 '옛날 옛적 할리우드에서'
쇼 피플 (1928, 킹 비더) / 선셋대로 (1950, 빌리 와일더)
이브의 모든 것 (1950, 조셉 L. 맨케비츠) / 고독한 영혼 (1950, 니콜라스 레이)
스타 탄생 (1954, 조지 큐커) / 플레이어 (1992, 로버트 알트만)
에드 우드 (1994, 팀 버튼) / 멀홀랜드 드라이브 (2001, 데이비드 린치)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 요금
- 일반 6,000원 / 유료회원, 경로, 청소년 4,000원
- 주최
- (재)영화의전당
- 후원
- 주한프랑스대사관, 주한프랑스문화원, Institut francais
- 상영문의
-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주요정보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박인호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 Director's Comment
한 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을 앞두고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언제나처럼 ‘오래된 극장’으로 관객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있던 ‘시네마테크부산’에서 2008년 첫 출항한 ‘오래된 극장’은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남은 추억의 명화를 다시 만나며, 당대에 깊은 울림을 남긴 영화들에 새겨진 개인의, 그리고 공동체의 기억을 반추해 왔습니다. 열두 번째를 맞은 올해의 ‘오래된 극장’에도 영화애호가들을 흥분시킨 위대한 감독들의 걸작뿐만 아니라, 당대의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화제작과 수작들이 고루 담겨 있습니다.
이번 ‘오래된 극장’은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있으며 모두 26편의 영화가 여러분을 만납니다. ‘벌거벗은 유년 시절’ 섹션은 제목 그대로 유년기의 상실과 슬픔, 순수와 충만의 기억을 다룬 10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이 가운데 다수는 이전의 기획전에서 소개된 적이 있지만 재상영 요청을 종종 받은 작품들이며, 언제 봐도 영화보기의 행복감을 선사하는 명작들입니다. 이 중에서 빅터 플레밍의 <굿바이 마이 라이프>는 국내에선 처음 소개되는 영화일 것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널리 알려진 빅터 플레밍은 일세를 풍미한 주류 감독이었지만 예술가의 만신전에 오르지 못해 별도의 감독 기획전이 열린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답고 가슴 저린 영화를 보노라면 우리가 영화에 사로잡히도록 만든 건 만든 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런 위대한 장인의 영화가 아니었을까 하고 자문하게 만듭니다. 지난 2014년에 열린 ‘미지의 일본 거장전: 시미즈 히로시 & 야마나카 사다오’를 놓치신 분이라면 시미즈 히로시의 <벌집의 아이들>을 이번엔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즈 야스지로에 필적하는 위대한 감독이 오즈의 시대에 공존하고 있었음을 이 걸출한 작품이 증언해 줄 것입니다.
‘파리의 밤’ 섹션은 뛰어난 프랑스 범죄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20세기 후반에 극장을 드나들던 관객이라면 동네 담벼락에 붙어 있던 알랭 들롱과 장 가뱅 혹은 리노 벤추라가 코트를 입고 처연한 눈빛으로 서 있는 포스터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우수의 안개, 젖은 밤거리, 어두운 운명에 포획된 자들의 쓸쓸한 표정이라는 프랑스 영화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바로 이 프랑스 범죄 영화들, 혹은 프렌치 누아르가 제공했을 것입니다. 프렌치 누아르의 완성자라 일컬어지는 장 피에르 멜빌의 두 대표작 <고독>과 <암흑가의 세 사람>, 멜빌에 앞서 한국 관객을 사로잡은 앙리 베르누이의 스산하고도 감성적인 <지하실의 멜로디>와 <시실리안>, 그리고 이들의 선배로서 프렌치 누아르의 원류를 제공한 앙리 조르주 클루조와 자크 베케르의 걸작 범죄 영화에서 20세기 영화의 기억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옛날 옛적 할리우드에서’는 올해 개봉한 퀜틴 타란티노의 영화 제목에서 빌려 온 것입니다. 이 섹션은 황홀한 마술과 찬란한 스펙터클과 잔인한 생존 논리가 공존하는 기묘한 장소인 할리우드 혹은 쇼 비지니스 세계를 다룬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할리우드의 특별한 점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추악하거나 잔혹한 내부를 고스란히 담은 영화를 자신의 상품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로버트 알트만의 <플레이어>만큼 할리우드의 이런 징그러운 능력을 통렬하게 풍자하는 영화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킹 비더는 무성 영화 시절에 <쇼 피플>에서 할리우드의 자기 반영을 위대한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설명이 필요 없는 <선셋대로>와 <고독한 영혼>은 할리우드의 어둠을 영화의 어둠으로 고스란히 끌어안은 영화사의 걸작입니다. <이브의 모든 것>과 <스타 탄생>이 간절하게 증언하는 것은 쇼 비지니스의 위대한 빛은 그만큼 가혹한 어둠을 동반한다는 것입니다. <에드 우드>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이 장소는 악몽의 기운과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꿈처럼 등장합니다. 바로 이런 곳이 우리에게 영화라 불리는 특별한 환영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것은 옛날 옛적의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래된 극장’의 오래된 영화들과 함께 진정 새로운 해를 맞으시길 기원합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