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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 24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넉넉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가장 리키,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며 택배 회사에 취직하지만 생각과는 다른 일상이 전개되고, 화목했던 가족은 뜻밖의 난관에 부딪히는데.. 성실하게 행복을 찾고 싶었던 리키의, 우리의 이야기가 찾아온다.
[Interview with Director]
[ 미안해요, 리키]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끝낸 후 ‘이게 마지막 영화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위해 푸드 뱅크에 갔을 때, 그곳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파트 타임이나 ‘제로아워 계약 ’으로 일을 하고 있더군요. 그건 새로운 형태의 착취와도 같은 것이죠. 이른바 ‘긱 이코노미 ’라고 하는 것인데, 개인 사업자 또는 파견 근로자, 임시 고용된 노동자들이 저와 폴 의 대화 주제가 되었어요. 그러면서 만들어 볼 가치가 있는 또 한 편의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의견이 나왔죠.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정확하게 짝을 이루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와 관련된 영화 말이에요.
두 가지 주제를 다루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셨어요?
꼭 그랬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폴은 이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노동자 개개인에 대한 착취의 정도뿐만 아니라, 그게 가족의 삶에 영향을 미쳐서 인간관계에까지 어떻게 투영되는지 말이에요. 중산층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이야기하지만, 노동자 계층은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급급하죠.
이건 새로운 문제일까요, 아니면 기존에 있던 문제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일까요?
현대적 기술을 이용하면서부터 나타난 문제라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기사의 택배 차량에는 가장 정교한 기술을 이용한 장치가 있어서, 기사에게 경로를 알려 주고, 주문한 상품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예상 도착 시각은 언제인지, 고객이 정확히 알 수 있죠. 이른바 ‘정확 배송’ 건이라면, 일정 시간 내에 배송될 것이고요. 소비자는 집에 앉아서 택배 차량이 근처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죠. 위성을 이용한 아주 정교한 장치가 있어서 가능한 거예요. 이렇게 정교하게 짜인 시스템에 맞춰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배송하다 보면 택배 기사는 녹초가 돼요. 기술은 새로운 것이지만, 착취는 아주 오래된 것이죠.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조사는 어떻게 하셨어요?
조사는 대부분 폴이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사람들을 만나 봤어요. 택배 기사들은 보통 얘기하기를 꺼렸어요. 자신의 일자리에 해가 될까 봐 두려워서 그런 거였죠. 택배 터미널은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었어요. 우리가 촬영하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택배 터미널에서 일하는 한 남자는 매니저였는데, 택배 터미널에서의 상황을 설정하는 데 아주 정확한 조언을 해 주는 등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죠. 영화에 등장하는 기사들은 거의 전부 현재 택배 기사로 일하고 있거나 이전에 일했던 이들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다 알고 있었죠. 프로세스 안에서 어떻게 작업이 진행되는지, 빨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어떤지 말이에요.
조사를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그래도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사람들이 일해야 하는 시간과 그들의 직업적 불안정성에 놀랐습니다. 그들은 이론상으로는 개인 사업자라서 뭔가 일이 잘못되면 자신들이 모든 위험을 떠안아야 하죠. 택배 차량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배송을 못 하게 되면 다니엘 블레이크가 받았던 것과 같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러면 택배 기사들은 많은 돈을 잃게 되는 거죠. 애비 같은 간병인들은 가정 방문을 하면서 12시간을 일하게 될 수도 있지만, 최저 임금으로 6-7시간의 급여밖에 받지 못해요.
[미안해요, 리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애비는 그런대로 큰 문제 없이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엄마입니다. 애비와 리키는 친구처럼 잘 살고 있죠. 둘 사이에는 애정이 있고, 서로를 신뢰해요. 두 사람 모두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고요. 애비의 문제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아이들을 양육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정말 열심히 일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아이들에게 대부분 전화로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물론 그런 방식은 잘 통하지 않죠. 아이들은 결국 아이들인 데다가 애비는 밤늦은 시간이 돼서야 집에 돌아오니까요. 애비는 배차 간격이 긴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니, 버스를 기다리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죠.
애비의 고용주는 누구입니까? 압박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에이전시가 고용주입니다. 돌봄 노동은 지자체가 에이전시나 민간 의료 회사를 통해 하청 계약을 맺습니다. 이들은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기 때문에 계약을 따내는 것이죠. 당국은 낮은 입찰가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착취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요. 민간 의료 회사에 고용되어 일하는 이들은 지역 당국에 고용되어 일하는 이들보다 노조에 가입하거나 제대로 된 계약을 맺기가 훨씬 더 어렵습니다.
리키는 어떤 인물입니까?
리키는 자기 스스로 얘기하듯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건설 노동자였는데, 아마 건물의 배관 공사나 소목 일을 했을 거예요. 일을 꽤 잘해서, 주택 구입에 필요한 담보 대출 보증금으로 충분할 정도로 저축도 했죠. 그런데 그때 은행과 주택 금융 조합이 무너지면서 리키와 애비 같은 이들이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어요. 건축업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리키는 일자리를 잃게 되고, 그때부터 그는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하게 됐죠. 어떤 일이든 닥치는 대로 했어요. 영화 속에서 리키를 보면, 그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이 보여서 택배 기사로 일하려고 해요. 그 당시 그의 가족은 여전히 세 들어 살면서, 빚을 갚을 만큼 충분히 돈을 벌지도 못한 상황이었어요. 몇 년 동안 근근이 먹고 살고 있었죠. 그래서 2-3년간 이 일을 악착같이 하면 집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담보 대출 보증금을 모을 수 있고, 다시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 거예요. 그게 리키의 계획이죠. 그는 붙임성 있는 성격이라 가까이 다가가기 쉬운 사람이에요. 맨체스터 출신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고, 자신이 하려는 새로운 일을 바탕으로 성공하려고 하는 인물이죠. 리키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혹사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일할 때 재촉하는 현장 감독 같은 사람도 필요 없어요. 자신이 원하는 만큼 돈을 벌기 위해서 녹초가 되도록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은 고용주 입장에서는 아주 완벽한 상황이죠.
애비와 리키의 가족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자녀가 둘입니다. 세브는 16살이에요. 애비와 리키 중 누구도 늘 세브와 함께하면서 그를 지켜봐 주지 못하죠. 세브는 나쁜 방향으로 엇나가요. 예술과 창의적인 면에서 재능이 있지만, 부모 중 누구도 그걸 모르죠. 대신 세브가 학교 수업을 빼먹고 문제를 일으킨다는 건 알고 있어요.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불꽃이 튀는데요. 리키는 좀 구식이라, 세브에게 뭘 해야 하고, 뭘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죠. 물론 세브는 아빠 말을 듣지 않고요. 둘 사이의 대립은 불가피하죠.
그리고 ‘라이자 제인’이라는 딸이 있습니다. 아주 영리한 아이죠. 독특한 유머 감각과 아빠처럼 빨간 머리칼을 가진 아이로, 가족 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요. 라이자는 그저 모두가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요.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가족의 화목을 지키려고 애를 쓰죠.
뉴캐슬에서의 촬영은 어땠나요?
늘 그렇듯이 순서대로 촬영했습니다. 배우들은 어떻게 끝이 날지 몰랐어요. 매 에피소드가 배우들에겐 뉴스와 같았죠.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사전에 리허설을 했어요. 그러고 나서 5주 반 동안 상당히 빠르게 촬영을 진행했죠. 아주 어려웠던 점 중의 하나는 택배 터미널을 제대로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한 프로세스와 그들이 하는 일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했어요. 그런 것들을 다 알고 나서 다큐멘터리처럼 찍었죠. 물건이 처음 들어오면 그걸 받는 사람들은 누구고, 분류하는 사람들은 누구며, 자신의 택배 차량을 가지고 오는 기사들은 누구인지, 단계마다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는지, 전반적으로 일련의 일들을 실제 작업하듯이 보여 줬습니다. 퍼거스 (클레그)와 프로덕션 디자인 팀이 이 모든 걸 훌륭하게 실현해 주었죠.
그 안에서 동선을 짜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산업 단지 내의 큰 건물인 데다가 메아리처럼 소리가 울리는 곳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출연 배우들은 대단하더군요. 일을 하기 시작하니까 몰두해서 정말 즐기며 일을 하더라고요. 그 장면들에서 그들이 자기 일을 잘 알고 빨리 처리하며, 사람들을 재촉하는 매니저의 예리한 감시 아래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관객들이 보게 되길 바라요. 모든 것은 실제와 같아야 했어요. 그냥 하는 척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영화에서 뉴캐슬의 도시 경관이 보이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관광객이 찍은 사진처럼 도시를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방식은 아니었죠. 관객들은 이 도시의 풍경이 드러내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낡은 테라스와 고층 건물들, 오래된 건축 양식으로 이루어진 도시 중심부를 보게 될 겁니다.
[미안해요, 리키]가 던지는 질문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 시스템은 지속 가능한가? 택배 차량을 타고 하루에 14시간 동안 자기 몸을 혹사해 가면서 일하는 사람을 통해 쇼핑한 물건을 받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수 있을까? 결국 그건 가게에 가서 점원과 이야기하며 물건을 구입하는 것보다 더 나은 시스템일까? 사람들이 압박감 속에 일하면서, 친구와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삶에까지 도미노처럼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세상을 우리는 정말 원하는 걸까? 이건 시장 경제의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의 입장에서는 이치에 맞는 발전이라고 할 수 있죠.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시장은 우리의 삶의 질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돈을 버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죠. 그리고 그 두 가지는 양립할 수 없습니다. 리키, 애비와 같은 워킹 푸어와 그들의 가족은 그 대가를 치르는 거예요.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관객들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믿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웃으면서 문제를 나누지 않는다면 아무 쓸모가 없죠. 그들의 생생한 경험이 우리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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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표 (날짜/시간/남은좌석) 은 마지막 상영시간입니다.감독+ 더보기
켄 로치(Ken Loach)
1936년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옥스포드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였다. 1963년 BBC에 입사하여 여러 편의 TV 드라마를 만들었다. 켄 로치는 그의 강렬한 인도주의적 시각과 정치적 의식이 뛰어난 영화작업을 통해 주목 받았으며, 그러한 논쟁적인 내용 때문에 그가 초기에 작업한 TV 작품들은 거의 방영되지 못했다. 1960년대 이후 영국 신사실주의영화를 이끌어 왔으며, 대표작으로는 [불쌍한 암소](1968), [케스](1969), [가족생활](1972), [블랙잭](1979), [표정과 미소](1981), [조국](1986), [숨겨진 계략](1990), [하층민](1991), [레이닝 스톤](1993), [레이디버드, 레이디버드](1993), [랜드 앤 프리덤](1995), [칼라 송](1996), [내 이름은 조](1998), [빵과 장미](2000), 그리고 [다정한 입맞춤](2003) 등 수많은 작품을 연출했으며 이 중 다수가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됐다.포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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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자 평총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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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중2병 자식을 둔 40대 직장인 가장으로서 관람 후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주인공 가족의 고달픈 삶의 모습이 떠오르며 제 자신도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 다니엘..' 못 보신 분은 가족과 두편 모두 관람하시길 추천드립니다 2019-12-28 -
별점
자본주의 시장경제하의 고달픈 서민들의 삶 , 그리고 그 사회체계가 과연 인간과 가족의 삶의질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듭니다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의 또다른 연장선상에 있는 훌륭한 영화라 생각됩니다 영화의전당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 2019-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