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자람 <억척가> 앙코르공연 201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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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람 <억척가> 앙코르
4.18~19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2회 공연
2013년 하늘연극장 공연을 통해 관객, 평단, 그리고 언론마저 사로잡았던 젊은 거장 이자람의(중요무형문화재 5호)의 판소리 브레히트 ‘억척가’가 앙코르 공연으로 4월 18일과 19일, 다시 한 번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무대 위에 선다. 무대 위에 객석을 설치했던 이전 공연과 다르게 본래의 영화의전당 무대와 객석을 유지한 대극장 버전으로 더 많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 ‘억척가’ 앙코르 공연, 이번에는 대극장 버전이다!
‘억척가’는 2011년 초연, 2012년 국내공연 이후 프랑스 리옹 국립극장(Theatre National Populaire- Villenurbanne), 루마니아 인터피런스 국제 연극 페스티벌(Interference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 브라질 크리티바 연극 페스티벌(Festival de Teatro de Curitiba)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국내 공연이 초연되자마자 해외 공연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이자람의 브랜드 파워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억척가’의 국내 및 해외 초청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공연은 무대 위에 객석을 차리고 객석의 깊이를 활용한 엔딩 장면을 연출하였던 기존 공연과는 달리 영화의전당 프로시니엄 무대에 맞게 무대와 객석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극장 버전으로 공연한다. 남인우 연출은 “프로시니엄 무대를 그대로 쓰면서 효과적으로 엔딩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고민했다. 이번엔 보다 묵직한 컬러의 천이 엔딩 장면에서 수직적으로 업·다운되며 극의 흐름을 강조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억척가’는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Mutter Courage und ihre Kinder)>로부터 영감을 받아, 전쟁 속에서 살길을 구하는 억척스러운 사람들의 노래가 되었다. 한 명의 소리꾼과 악사들은 소리와 표정과 몸짓을 통해 전쟁의 표정을 역동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오늘을 사는 억척스러운 사람들의 애환을 담아내고 있다.
# <억척가>는 용기가 아닌 억척을 노래한다
한국에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작품이 소개된 것은 1981년 12월의 일이다. 소개가 이토록 뒤늦은 이유는 브레히트가 사회주의 국가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당시 문화공보부의 심의를 거쳐 상연은 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한국연극》지에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Mutter Courage und ihre Kinder)>이 번역되어 실렸다. 이후 무대에서 공연도 되고 새로운 번역도 나왔으나 제목만큼은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독일어 ‘courage’를 한국어 ‘억척’으로 번역했을 때, 한국 관객에게 불러일으키는 정서가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어 ‘억척’은 필요 이상의 끈질긴 태도를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이면서도 그만큼 삶의 의지가 강한 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고유한 느낌이 담긴 말이다. 한국어에서 억척스러움은 여성 특히 어머니의 삶의 태도와 가까운 느낌을 갖고 있는데, ‘억척가’에서는 등장인물 모두가 지닌 삶의 태도를 억척스러움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억척가’에서 노래하는 억척스러움은 꿈과 희망을 전제로 한다. 바라는 바가 있어야 억척스러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브레히트의 원작과 달리 ‘억척가’는 모든 인물이 각자의 바람을 갖고 있으며, 그 바람의 내용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 바람이 인물들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억척가’는 전쟁을 겪는 사람들의 애환을 표출하는데 주목한다. 판소리 ‘억척가’는 전쟁터에서 살길을 구하는 억척스러운 사람들의 노래이다. 노랫말을 한 줄 한 줄 써나가는 동안, 지구 곳곳에서는 자연 재해가 일어나고, 전쟁은 계속되고, 부패한 정권의 무력 진압으로 희생자 수가 늘어가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가축은 병들고, 자살은 급증했다. 전쟁에서 살해되는 것은 사람의 육신만이 아니라 희망이기에, ‘억척가’ 속의 전쟁은 현실에 대한 은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작가 이자람은 억척스러운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그들의 메마른 마음에 말을 걸어 감정을 토로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연출 남인우는 억척스러운 사람들의 생명력과 꿈과 맺혀있는 울분이 한순간 폭발하는 무대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작가이자 작창가이자 소리꾼인 이자람은 억척스러운 사람의 대변인으로서 그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고자 했다. 화를 낼 수 없는 사람을 대신해 싸우고, 울 수 없는 사람을 대신해 울어주고자 했다. 악사들은 드라마를 관통하고 있는 정서를 가장 핵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요소(리듬, 악기의 사용)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브레히트가 서사극의 낯설게 하기 기법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상황을 인식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의지를 갖기를 기대했다면, 판소리 ‘억척가’는 관객이 같은 사람으로서 함께 울고 함께 웃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소리꾼의 소리와 관객의 추임새가 어우러지고, 어깻짓에 함께 들썩이고 흐느낌에 함께 들먹이는 하나의 판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지난해 <억척가>를 본 관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앞으로 이자람이 하는 공연은 무조건 보겠다.”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이자람의 끼와 재능, 열정, 그리고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카리스마는 대단하다. 직접 창작한 50여 곡이 넘는 판소리를 통해 혼자서 15명이 넘는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연기하며 두 시간 동안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그래서 한번 그녀의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무조건 그녀의 팬이 되고 만다. 한 언론의 표현처럼 잘 만들어진 작품에 기립 박수를 칠 수 있는 기쁨은 부지런한 관객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지난 시간 동안 더욱 성숙해져 왔을 ‘억척가’를 기쁜 마음으로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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