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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계자>를 통해 의심하게 되는 것들2024-06-04
영화 <설계자> 포스터 이미지



영화 <설계자>를 통해 의심하게 되는 것들


송영애(한국영화평론가협회)



지난 5월 29일에 개봉한 영화 <설계자>(이요섭)는 ‘설계자’로 불리는 ‘청부살인을 사고사로 위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명사고로까지 이어진 교통사고, 붕괴 사고 등의 사고에 대해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해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영화 내내 설계자들의 작업 과정과 그들 역시 하나둘 사고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작업과 사고를 목격하다 보면, 영화 밖에서 보고 들은 유사한 사고들이 떠오르고, 새삼 의심도 해보게 된다. ‘설마 그 사고도?’ 이렇게 시작된 의심은 또 다른 의심으로도 확장된다. <설계자>가 드러내는 영화 안팎의 여러 의심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1. 화자(話者)에 대한 의심


‘화자’는 글자 그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영화에서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내레이션하는 해설자로 등장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중심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 <설계자>에는 두 방법 모두가 사용된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영일(강동원)의 내레이션이 흐르는데, 알고 보면 경찰서에서 진술하는 중이다. 그리고 영화 내내 영일이 계속 등장한다. 해당 에피소드의 중심인물로서 행동하거나, 적어도 누군가를 몰래 지켜보는 중이다.


처음엔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묻는 그의 말에 꽤 믿음이 간다. 그가 설계한 사고를 목격하다 보면, 그의 말은 사실 같다. 그래서 기억하는 많은 영화 밖 사고가 정말 사고였는지 의심도 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가 전개될수록 새로운 의심이 화자인 영일에서 시작된다. 그의 확신에 찼던 주장이 오류로 밝혀지면서, 그의 시선에서 등장한 영화 안 인물과 사건 사고가 영일에 의해 왜곡된 건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과연 영화 내내 목격한 사고들이 실제 벌어진 건지, 아니면 영일의 거짓말 혹은 상상이 재구성된 건지 구분할 수조차 없다. 


사실 영일의 해설은 경찰에 자수해서 하는 진술이다. 그가 하는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영일은 정교한 청부살인을 저질러 온 중범죄자이기도 하다. 과연 믿을만한 화자일까? 


2. 미디어에 대한 의심


영화 <설계자>는 영화 밖 기존 사망 사고의 우연 여부, 영일의 진정성에 이어, 미디어에 대한 신뢰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진실을 보도한다는 미디어가 과연 그 역할을 하는 것일까? 


영화 <설계자> 스틸컷 이미지


영일과 재키(이미숙), 월천(이현욱), 점만(탕준상)은 의뢰받은 살인을 설계하는 과정에 의도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한다. 유명 인사를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오히려 모든 사고 과정이 언론 카메라에 담기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더더욱 의심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버들도 가세한다. 수많은 미디어의 목격 속에 영일의 팀이 설계한 사고가 대놓고 벌어진다.


사실 미디어에 대한 믿음과 의심은 오래전부터 공존해 왔다. 분명 진실을 보도하는 면도 있지만, 왜곡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중은 진실과 왜곡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늘 의심하고, 비교하며 능동적으로 미디어를 대하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런 영화 밖 미디어의 현실을 영화 <설계자> 안에서 새삼 확인하게 된다. 


3. 보는 것에 대한 의심 


여러 의심을 하다 보면, 결국 보는 것 모두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에 다다르게 된다. ‘보았다고 모두 믿을 수 있을까?’ 사건 사고에 있어, 목격자는 매우 중요하다. 목격자의 주장을 증명하는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있다면 더더욱 사건 사고를 파헤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우리의 시력, 시야, 시각은 늘 믿을만한 건 아니다. 하필 그 순간 그 각도, 그 밝기에서 보았기에 그리 보였을 수도 있다. 우리 눈은 착시 효과라는 걸 일으킨다고도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사진이나 동영상은 믿을만한가? 카메라, 렌즈는 얼마나 믿을만한가? 악마의 편집이 이루어진 건 아닐까? 


요즘은 시각효과를 활용해 무에서 유로 창조되는 것들도 많다. 영화를 보면서 어디까지 현실이고, 어디부터 그린 스크린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AI까지 언급한다면 더 복잡해진다. 영화 안팎 현실에서 모두 보인다고 현실이고, 믿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영화 <설계자>는 허구를 담은 극영화이지만, 우리가 과연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으면서 살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한다. 낯설지 않은 의심과 고민에 새삼 빠지게 하는 영화 <설계자>이다.


영화 <설계자> 스틸컷 이미지2



사진 출처: 영화사 집/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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