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마스무라 야스조 탄생 100주년: 일본 뉴웨이브의 반항아들 2024.8.13.(화)~9.4.(수)

[시네마테크] 마스무라 야스조 탄생 100주년: 일본 뉴웨이브의 반항아들

Masumura Yasuzo and the Rebels of Japanese New Waves

2024-08-13(화) ~ 2024-09-04(수)

(매주 월요일 및 대관 영화제 기간 상영 없음)



상영작 (15편)


마스무라 야스조

입맞춤 (1957) / 거인과 완구 (1958) / 실없는 놈 (1960)

아내는 고백한다 (1961) / 검정 테스트 카 (1962) / 만지 (1964)

야쿠자 군대 (1965) / 세이사쿠의 아내 (1965) / 문신 (1966)

붉은 천사 (1966) / 나카노 스파이 학교 (1966) / 섹스 체크 (1968)

눈먼 짐승 (1969)



이시이 데루오

아바시리 번외지 (1965) / 공포기형인간 (1969)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별 강연

강연: 이향진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일정: 2024.8.28.(수) 18:30 <아내는 고백한다>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김은정 (영화평론가), 김필남 (영화평론가), 이지행 (영화연구자)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마스무라 야스조 탄생 100주년: 일본 뉴웨이브의 반항아들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의 발견


2024년은 일본 뉴웨이브의 기수, 마스무라 야스조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마스무라는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 같은 선배 감독들이 고등학교를 졸업 혹은 중퇴한 뒤 영화사에 입사해 현장에서 지켜 온 일본 전통을 거부한 반항아였습니다. 누군가가 수입한 미국 영화, 유럽 영화를 받아 보기보다, 세계 네오리얼리즘의 진원지에서 새로운 예술 영화 운동을 체험하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세계로 나가 “뉴웨이브”를 몸으로 익힌 마스무라는 전후 일본 사회의 리얼리티를 포착하는 자기만의 영상 실험과 대중 작가주의의 결합을 시도한 지식인이고 창작자였고 진정한 시네필리아였습니다. 


“이탈리아는 내게 영화가 무엇인지, 내가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동시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어려운 질문에도 답을 해 주었다.”


1947년, 동경대학 법학부 졸업 후 다이에이사에 조감독으로 입사한 마스무라는 다시 캠퍼스로 돌아가 철학과에서 수학하고, 1952년에는 일본 최초로 로마 유학을 떠납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국립 영화 실험 센터’에서 페데리코 펠리니와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에게 영화 수업을 받습니다. 귀국 후에는 미조구치 겐지와 이치가와 곤의 조감독을 거쳐, 1957년에 <입맞춤>으로 데뷔합니다. 당시 평론가로 활동하던 오시마 나기사는 <입맞춤>을 ‘미래 일본 영화의 모델’이라 했습니다. 관습과 전통의 거부, 반자본주의 정서를 담은 새로운 시도로 추켜세웠습니다. 마스무라 역시 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자신의 영상 예술론을 통해 동시대 감독들과 소통했습니다.


마스무라의 현대극은 보편적인 인간성과 잠재된 본능에 대해 질문합니다. <입맞춤>에 이어, 초기 걸작 <거인과 완구> <실없는 놈>, 유현목 감독의 리메이크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꽤 알려진 <아내는 고백한다>, 그리고 <검정 테스트 카>는 전후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입니다. 가난한 연인들은 빈곤, 실직과 저임금에 시달립니다. 대책이 없는 남자는 야쿠자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여자는 싸구려 누드 모델일로 연명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이와 결혼해 정신적 학대와 육체적 유린을 견뎌야 합니다. 정략결혼과 대기업 입사로 계급 상승을 하려는 이들은 속고 속이는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 만능주의, 출세 지상주의에 피폐해져 갑니다. 하지만 신파는 없습니다.


시대극 <문신>과 <세이사쿠의 아내>은 본격적인 성 정치학을 보여 줍니다. 성적 욕망에 충실한 여성은 남성을 무력화시키고, 그를 전쟁터로 모는 국가, 사회에 저항합니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비웃고, 국가와 사회의 편에서 모성애를 미화하는 가족주의 전통을 저주합니다. 동성애를 다룬 <만지>에 이어 예술 영화와 익스플로이테이션(착취) 영화의 경계가 애매한 <눈먼 짐승>도 모성애 영화에 대한 비판, 풍자와 야유가 잘 묻어납니다. 


성에 관한 일본 사회의 관용을 시험하는 듯한 대담한 영상을 보여 주는 이 작품들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다이에이사가 제작했습니다. 마스무라의 전통에 대한 반항과 성 정치학의 영상 실험은 늘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섹스 체크>는 양성구유자의 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남성주의적인 시각에서 그려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상업 영화적인 관습을 장착한 흥행작이었습니다. 이처럼 마스무라의 다층적인 사회 비판 의식은 시스템 안에서 반항, 사랑은 관념이 아닌 아름다운 여성의 육체화로, 납치와 강간마저 일상 폭력쯤으로 그리는 극단적인 남성주의적 판타지로 도색하기도 합니다. 

 

전쟁물, 첩보물인 <붉은 천사> <야쿠자 군대> <나카노 스파이 학교>도 마스무라 특유의 저항 의식과 성 정치학을 잘 보여 줍니다. 전시 일본, 만주와 도쿄를 배경으로 침략 전쟁의 폭력성과 인권 유린을 그리는 작품들입니다. 국가는 개인을 전쟁터로 몰아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하고 구타와 신체 훼손, 명령 불복종을 금기시하는 집단주의로 길들이려 하지만, 주인공들은 악착같이 버티고 자기 의지로 삶과 죽음을 선택합니다.  


‘마스무라 야스조 탄생 100주년: 일본 뉴웨이브의 반항아들’은 일본 뉴웨이브가 태동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했지만 생전에는 작가로 인정받지 못했던 마스무라 감독을 회고하며 대표작 13편을 상영합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해에 태어나, 한편으로는 야쿠자 영화, 액션 영화 감독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또 한편으로는 기괴하고 폭력적인 일본 컬트 영화의 대부로 불리던 이시이 데루오의 대표작 <아바시리 번외지>와 <공포기형인간>을 함께 소개합니다. <아바시리 번외지>는 일본의 국민배우 다카쿠라 켄을 주인공으로 하는 도에이사의 갱스터 누아르, 액션물 시리즈의 첫 작품이고, <공포기형인간>은 이시이 감독이 만든 ‘이상성애노선'의 마지막 작품으로 일본 B급 영화의 계보를 읽을 수 있는 컬트 영화의 대명사입니다.  


“마스무라는 일본 영화에 아직 남아 있는 유일하고 중요한 발견입니다."


마스무라는 일본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오시마 나기사와 이와무라 쇼헤이 감독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정치적 노선을 함께 하지 않았고, 모든 전통과 권위를 부정하는 모더니스트, 개인주의자에 가까웠다고 하겠습니다. 전후 일본 사회에 팽배했던 집단적 피해 의식과 체념적인 세계관을 거부했고, 유럽적 네오리얼리즘이나 표현주의적인 영상 실험으로 내셔널 시네마의 경계를 넘고자 했습니다.  


시네필리아로서 실험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사라진 영화는 죽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 비평가인 하스미 시게히코는 그 누구보다 “마스무라의 발견”에 열정적이고, 아오야마 신지 감독은 마스무라를 “일본 영화사에 기억해야 할 최고의 작가”라고 했습니다. 이들 후대 영화인들의 마스무라에 대한 평가는 “영화사에서 모든 중요한 발견이 이미 다 이루어졌다.”는 우울한 확신을 유보하게 합니다.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탐구와 자유분방한 성 정치학,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영상 미학을 추구하는 마스무라 야스조는 그 시대를 살았던 또 한 사람의 반항아 이시이 데루오와 함께 1960년대 일본 영화의 “잊힐 수 없었던” 예술적 욕망을 기억하게 할 것입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이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