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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릿쿄 뉴웨이브와 야쿠쇼 코지: 일본 영화의 아날로그 시대를 열다

[시네마테크] 릿쿄 뉴웨이브와 야쿠쇼 코지: 일본 영화의 아날로그 시대를 열다

Rikkyo New Waves & The Actor, Yakusho Koji

2024-12-05(목) ~ 2024-12-22(일)

상영작 (15편)


구로사와 기요시

큐어 (1997) / 회로 (2001) / 밝은 미래 (2002) / 도플갱어 (2003) / 도쿄 소나타 (2008)


아오야마 신지

헬프리스 (1996) / 유레카 (2000) / 새드 베케이션 (2007)


스오 마사유키

으랏차차 스모부 (1992) / 쉘 위 댄스? (1996)


만다 쿠니토시

언러브드 (2001)


시오타 아키히코

카나리아 (2004)


시노자키 마코토

오카에리 (1995) / 셰어링 (2014)


특별 상영 - 하마구치 류스케

해피 아워 (2015)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별 강연

강연: 이향진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일정: 2024.12.7.(토) 16:00 <큐어>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김은정 (영화평론가) , 김필남 (영화평론가), 전은정 (부산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릿쿄 뉴웨이브와 야쿠쇼 코지: 일본 영화의 아날로그 시대를 열다

릿쿄 뉴웨이브는 제2의 일본 누벨바그입니다. 현대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구로사와 기요시를 시작으로, 아오야마 신지, 스오 마사유키, 시오타 아키히코, 만다 쿠니토시, 시노자키 마코토, 모리 다츠야 감독 등이 릿쿄대학 자주 영화 동아리인 ‘세인트 폴 프로덕션(SPP)’과 ‘패러디어스 유니티(Parodius Unity)’ 출신이라 붙여진 별칭입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에 걸쳐 활동한 두 동아리는 자본과 권력이 지배하는 현실, 대형 영화사가 독점하는 상업 영화 제작 시스템과는 거리를 두고, 자생적이고 자유로운 창작 과정을 통해 아마추어 시네필의 전통을 지켜 왔습니다. 이들은 졸업 후 데뷔해 기성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예술 영화 전용 상영관인 ‘극장 이미지 포럼’이 그들을 묶어 릿쿄 뉴웨이브로 세상에 소개했습니다. 이번 기획전은 그 젊은 감독들의 초창기 작품들을 중심으로 일본 영화의 아날로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자 합니다.


릿쿄 뉴웨이브 감독들은 어린 시절부터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명화’를 보고, 대학에 와서는 공동체 영화 제작과 상영을 했습니다. 비디오 영상 기술 발전의 수혜자들인 이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8mm 단편 영화를 찍고, 대학 졸업 후에는 핑크 시네마, V 시네마 제작에 감독, 배우, 스태프로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드는 글로벌 데뷔작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 일본 영화의 최전선에 섰습니다.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에 태어난 릿쿄 뉴웨이브 감독들은 무기력, 무감동, 무관심의 삼무주의로 불리는 ‘시라케’ 세대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영화에는 힘이 있습니다. 장르는 달라도, 작품마다 작가 특유의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이어지면서도 서로 다른 그들의 작품 경향과 스타일은 1968년 학생 운동을 정점으로 정치적 투쟁의 최전선에 섰던 전 세대, 대형 영화사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며 상업 영화를 만들었던 선배들과 다릅니다.


오시마 나기사를 주축으로 한 쇼치쿠 누벨바그를 시작으로 등장했던 전 세대의 ‘뉴웨이브’는 일본예술영화관조합(ATG)과 독립영화 프로덕션을 결합하며 스튜디오 시스템에 대항하고, 보수와 전통적인 가치관, 관습적인 영화 만들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들의 영화는 곧 정치적 저항, 집단적 반역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릿쿄 뉴웨이브는 그들처럼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격렬했던 학생 운동이 사그라들고 버블 경제가 시작되는 시기인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녔고, 1990년대 대규모 지진이 몰고 온 참사, 반사회성의 신흥 종교가 일으키는 가정 파탄과 엽기적인 범죄를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이웃을 잃어 고통받는 개인들의 상처와 자기 부정, 비이성적이고 신비하기조차 했던 심리 상태를 포착하여 호러, 범죄, 미스터리, 코미디 장르로 가족, 연애, 멜로, 휴먼 드라마의 관습을 해체합니다.


야쿠쇼 코지는 그 삼무주의 세대의 무신경함이 애써 감추려는 공포와 불안, 상실감, 폭력성과 패배 의식, 허탈감을 체화한 연기로 아날로그 시대의 시네필들을 매혹시켰습니다. 현대 일본 영화의 얼굴인 그는 2023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도쿄의 한적한 공원 공중화장실 청소부로 등장하는 그의 평온한 표정 연기는 국내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릿쿄 뉴웨이브 작품들로 그와 친숙해진 관객들이라면 해탈한 듯한 야쿠쇼 코지의 표정 연기 뒷면에 침잠한 분노와 광기 어린 젊은 시절의 모습, 릿쿄 뉴웨이브의 깊은 페이소스를 기억할 것입니다.


이번 기획전에서 준비한 작품 속의 야쿠쇼 코지는 릿쿄 뉴웨이브 감독들의 세기말적인 세계관, 테크놀로지에 대한 경외감과 두려움, 낯선 존재에 대한 공포를 연기합니다. 그가 릿쿄 뉴웨이브를 통해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로 알려지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스스로도 삼무주의의 ‘시라케 세대’다운 모습으로 성년을 맞았고, 도쿄의 구청 공무원이 되어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다 무료함에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연극 무대가 그를 배우로 거듭나게 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NHK TV 소설 드라마에 이어 NHK 사극 대하드라마, 이타미 주조 감독의 1985년작 <담뽀뽀>로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대단한 흥행몰이 배우가 아니었던 야쿠쇼 코지가 일약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스오 마사유키 감독의 1996년작 <쉘 위 댄스?>에 출연하면서입니다. 이듬해에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릴러 범죄 영화 <큐어>의 주인공인 다카베 형사를 맡아 엽기적인 연쇄 살인범과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하며 폭력성에 길들여져 가는 주인공의 내면 세계를 연기합니다. 이어 <회로> <절규> <도플갱어> <카리스마> <강령> <도쿄 소나타> 등 호러, 범죄 영화에 계속 등장하며 구로사와 감독의 페르소나로 알려지게 됩니다. 또, 이제 고인이 된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유레카>도 야쿠쇼 코지의 연기 경력에서 놓칠 수 없는 작품입니다.



“당신은 이미 감독입니다.” 

또 한 사람, 스크린 밖에서 릿쿄 뉴웨이브 감독들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준 이는 당시 릿쿄대학에서 ‘영화 표현론’을 가르치던 시간 강사 하스미 시게히코입니다. 하스미 시게히코는 일본의 대표적인 평론가로 10년 넘게 릿쿄대학에서 감독과 평론 지망생을 길렀습니다. 여러 장의 페이지를 넘기는 길고 난해한 문장과 그 속에 빽빽하게 예로 드는 수많은 유럽, 할리우드 영화의 숏과 신, 시퀀스는 독자들에게 분명 친절하다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릿쿄 뉴웨이브 감독들에게 하스미 선생님의 강의는 흥분과 즐거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의 글쓰기가 영화를 찍는 듯 느껴졌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했다고 합니다. 또, 학생들이 만든 8mm 단편 영화를 수업 시간에 보여 주며 감독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고 합니다.


특별 상영 - 하마구치 류스케의 <해피 아워>

하스미 시게히코가 그렇게 릿쿄 뉴웨이브를 앞에서 이끌어 주었다면, 구로사와 기요시의 <스파이의 아내>(2020)의 각본을 같이 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해피 아워>(2015)와 그 후속 작품들은 일본 영화의 아날로그 감성, 그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제 장년이 된 릿쿄 뉴웨이브 감독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작품을 만들고 평론을 하고, 부산, 서울, 전주, 칸, 베를린, 베니스, 로카르노에서 글로벌 시네필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쿄로 돌아와 하마구치와 같은 멋진 제자들을 길러 내고 있습니다.


릿쿄 뉴웨이브와 야쿠쇼 코지

이번 기획전은 꺼져 버린 거품 경제의 민낯, 옴진리교 사건, 효고현 남부 대지진, 생활 환경이 되어 가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컴퓨터 등 1990년대 일본 사회가 경험한 풍요와 설명되지 않는 불안을 영화적 징후로 독특한 영상 세계를 보여 주는 릿쿄 뉴웨이브의 대표작, 쉽게 보기 어려운 수작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들 작품으로 조우하는 야쿠쇼 코지와 함께, 이제 중년이 된 낯익은 배우들의 풋풋한 얼굴은 깊이 침잠한 일본 영화의 아날로그 시대적 감성과 향수를 다시 느끼게 하리라 생각합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이향진 Hyangji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