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MOVIE
[시네마테크] 오래된 극장 2024: 탄생과 죽음의 이중주
Films in Our Memories 2024
2024-12-27(금) ~ 2025-01-23(목)
상영작 (21편)
진융 탄생 100주년: 신필에서 빚어진 무협 영화의 세계
사조영웅전 (1977, 장철) / 사조영웅전 속집 (1978, 장철)
사조영웅전 제삼집 (1981, 장철) / 신조협려 (1982, 장철)
의천도룡기 (1978, 초원) / 의천도룡기: 대결국 (1978, 초원)
녹정기 (1983, 화산) / 서검은구록 (1981, 초원)
협객행 (1982, 장철) / 비호외전 (1980, 장철)
세기의 배우, 알랭 들롱
여자가 다가올 때 (1957, 이브 알레그레) / 태양은 가득히 (1960, 르네 클레망)
일식 (1962,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 레오파드 (1963, 루키노 비스콘티)
시실리안 (1969, 앙리 베르누이) / 암흑가의 세 사람 (1970, 장-피에르 멜빌)
볼사리노 (1970, 자크 드레이) / 레드 선 (1971, 테렌스 영)
미스터 클라인 (1976, 조셉 로지) / 분노는 오렌지처럼 파랗다 (1988, 조제 피녜이로)
경찰의 은신처 (1981, 알랭 들롱)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 요금
-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 주최
- (재)영화의전당
- 상영문의
-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주요정보
특별 강연
강연: 강내영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일정: 2025.1.4.(토) 16:30 <사조영웅전 제삼집>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김은정 (영화평론가), 김필남 (영화평론가), 박소영 (부경대학교 강사), 전은정 (부산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오래된 극장 2024: 탄생과 죽음의 이중주
- 진융(金庸) 탄생 100주년과 세기의 배우 알랭 들롱 추모전
탄생과 죽음은 유한자적 존재인 인간의 숙명입니다. 탄생으로 시작한 세계는 죽음으로 막을 내리지만, 지나간 자락 위에 다시 새로운 세상이 움틉니다, 그래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깁니다.’ 올해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의 ‘오래된 극장 2024’에서는 영화계에서 추앙받는 두 인물의 탄생과 죽음을 기념하며 영화 예술의 위대함을 돌아보는 시간을 준비하였습니다.
진융 탄생 100주년: 신필에서 빚어진 무협 영화의 세계
신필(神筆)로 추앙받으며 중화권 무협 문학을 개척한 진융이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습니다. 동서고금공전절후(東西古今空前絶後)의 작가로 불리는 진융의 작품은 전부 무협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거대한 역사적 배경과 서사로 중화권의 톨킨(J.R.R. Tolkien)에 비견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조삼부곡(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가 집필한 열다섯 작품은 중화권 무협 영화의 새로운 원천이 되었고 웅대한 진융 유니버스의 영화 세계를 빚어내었습니다.
진융의 전 작품은 흔히 작품의 첫 글자를 딴 “飛雪連天射白鹿(비설련천사백록) 휘날리는 눈발은 하늘로 연이어 닿으며 하얀 사슴을 쏘고, 笑書神俠倚碧鴛(소서신협의벽원) 글을 비웃는 신비한 협객은 푸른 원앙에 기댄다.”의 대구로 유명합니다. 이번 ‘오래된 극장 2024’에서는 사조삼부곡인 <사조영웅전)>(1977), <사조영웅전 속집>(1978), <사조영웅전 제삼집>(1981), <신조협려>(1982), <의천도룡기>(1978), <의천도룡기:대결국>(1978)를 비롯하여, <녹정기>(1983), <서검은구록>(1981), <협객행>(1982), <비호외전>(1980) 등 진융의 대표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무협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장철 감독과 초원 감독, 그리고 쿵푸 스타 부성, 이동승, 유가휘를 다시 볼 수 있어 무척 반가울 것입니다.
진융의 작품은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며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로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차용하지만 허구적 서사가 가미되었고, 실존하는 캐릭터지만 과장된 협객으로 묘사하여 황당하면서도 흥미진진합니다. 오락 영화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무협 영화 장르를 확장해 왔으며, B급 감성 속에 빛나는 인간의 윤리 의식을 드러냅니다. 예술 영화의 심장인 시네마테크에서 진융의 영화를 소개한다는 것은 그래서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세기의 배우, 알랭 들롱 추모전
세기의 배우 알랭 들롱이 지난 8월 18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1935년 프랑스 파리의 교외 소(Sceaux)에서 태어난 알랭 들롱은 불우한 가정 환경을 딛고 17세에 입대를 하며 방랑의 시절을 보내다 우연한 기회에 영화계에 입문하여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민 배우로 성장하였습니다.
알랭 들롱은 우리나라에서 ‘아랑 드롱’이라 불리며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상징하는 세기의 미남 배우로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고독하면서도 우수에 찬 푸른 눈빛으로 이십대 청춘들에게서 깊은 공감과 사랑을 얻었으며, 1970년대 이후에는 트렌치코트와 중절모, 그리고 담배 연기 속에 가리어진 고독한 중년의 이미지로 프랑스 누아르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알랭 들롱은 프랑스 누벨바그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시기에 활동했지만 독특하게도 누벨바그의 혁신적인 작가 영화보다는 프랑스의 낭만주의 영화 전통 속에서 더 활동한 배우입니다. 미국의 테렌스 영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연기 경력을 남겼기에 가히 프랑스 영화의 자존심, 혹은 프랑스 영화를 대표하는 명배우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오래된 극장 2024’에서는 알랭 들롱의 데뷔작부터 전성기 시절까지의 기념비적인 열하나의 작품을 상영하며 고인을 추모합니다.
데뷔작인 이브 알레그레 감독의 <여자가 다가올 때>(1957)부터 그를 세계적인 청춘 스타로 만든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1960), 그리고 이탈리아 저명 감독들과 함께 작업한 <레오파드>(1963년)>, <일식>(1962)과 같은 초창기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장-피에르 멜빌 감독의 <암흑가의 세 사람>(1970)을 비롯하여, <시실리안>(1969), <볼사리노>(1970)와 같은 1970년대 ‘프렌치 누아르(noir)’ 장르를 상징하는 작품들도 준비했습니다.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아 온 미국 테렌스 영 감독의 <레드 선(Red Sun)>(1971), 조셉 로지 감독의 <미스터 클라인(무슈 클라인)>(1976), 조제 피녜이로 감독의 <분노는 오렌지처럼 파랗다>(1988), 그리고 특별히 알랭 들롱이 직접 감독한 <경찰의 은신처>(1981)을 선보이며 올해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모쪼록 한해가 저물고 또 새로운 한해를 맞는 연말연시에, ‘오래된 극장’에서 준비한 탄생과 죽음의 이중주를 감상하며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강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