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계층 가정의 삼 남매 아일린, 메이시, 토니. 폭군처럼 군림하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아일린이 결혼을 한다. 피로연에서 친척들이 노래를 부르며 아일린의 결혼을 축하하고,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하지만 메이시와 토니의 기억은 아일린의 그것처럼 행복하지 않다.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계층의 가정에서 자란 데이비스의 삶이 투영된 자전적 영화. 시간의 순서가 아니라 인물의 기억과 감정의 흐름을 따르는, 한 편의 산문시와도 같이 아름다운 작품.
ⓒ British Film Institute (UK)
* 1988년 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흘러가는 시간>(2023, 테렌스 데이비스)
2023년 벨기에 겐트영화제의 50주년 기념 ‘2x25’ 프로젝트의 작품 중 하나. 25명의 작곡가들이 각자 음악을 작곡하고, 25명의 영화감독들이 이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각자 단편 영화를 만든다. 겐트영화제의 정신에 꼭 들어맞는 프로젝트로, 25개의 음악을 토대로 연출, 촬영, 연기 등이 절묘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영화제 측은 영화감독들이 악보를 선택한 후에야 작곡가가 누구인지 밝혔다고 한다. 우루과이 작곡가 플로렌시아 디 콘실리오의 음악과 함께 테렌스 데이비스가 고인이 된 여동생에 대한 시를 낭독하는 동안 고향 시골의 고즈넉한 풍경이 흐른다.
테렌스 데이비스(Terence DAVIES) 리버풀의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6세에 학교를 그만둔 후 10년 동안 일을 하다 리버풀을 떠나 코벤트리드라마학교에 들어간다.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자신의 삶이 녹아든 자기 성찰적인 영화들을 만들어낸다. 1988년에 발표한 <먼 목소리, 조용한 삶>에는 데이비스의 가족 이야기가 투영되어 있으며, 한 편의 산문시와도 같은 이 아름다운 작품으로 그는 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다.
은 마지막 상영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