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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anderer`s Not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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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야스지로가 단아한 가족 풍경 안에서 태어남, 떠나감, 늙어감, 죽음을 이야기한다면 나루세 미키오는 남자와 여자와 빛을 통해 세상과 남녀관계의 균열을 보여준다. 하야시 후미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방랑기>는 미천한 삶을 살면서도 생존을 위해 매달려야 했던글쓰기의 기록을 들려준다. 그는 1920년 열다섯의 나이로 쇼치쿠에 입사해서 <찬바라 부부>(1930)로 데뷔했고 <흐트러진 구름>(1967)까지 89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자주 오즈와 비교되거나 그의 그림자에 가려있는 존재로 알려졌지만 사후 10년 후부터 그가 얼마나 여성의 삶, 사회와 인간의 관계, 살아감의 비애에 정통한 멜로드라마의 대가인지 새롭게 조명되었다. 인간 감정의 리듬을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의 유연함, 좁은 실내를 비집고 들어서는 인물의 움직임, 실내와 바깥을 연결하는 숏들의 배치, 인물이 걸어갈 때의 트래킹 숏, 조명의 사용은 후미코의 삶에 숨결을 불어넣고 온갖 풍파에도 지속되는 삶의 불가해함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 필름제공처 : 부산아시아필름아카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