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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머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 시대의 체코에서 태어나 라인하르트 극단에서 세트를 디자인했고, 이후 표현주의 시기의 독일과 할리우드에서 두루 활동한 B급 영화의 대가다. 그가 만든 120여 편의 영화들 가운데 상당수는 2만 달러도 되지 않는 예산과 6일 정도의 촬영기간 안에 만들어낸 것들이지만 웨스턴, 느아르, 호러, 멜로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불가능한 장르도 없었고, 물리적인 결핍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그림자의 사용, 고딕적인 세트와 자기파멸로 이끌려 들어가는 탐욕과 모호하게 변형된 죄의식과 운명을 토대로 한 내러티브를 통해 부조리하고 어두운 세계를 구현했다. <우회로>는 피아니스트의 우발적인 살인과 뒤틀린 불안을 탁월한 공간감각, 강렬한 빛과 그림자의 대비로 시각화시키고, 오가지도 못한 채 자신의 덫에 갇혀버리는 남자의 운명을 안개와 비를 이용한 디테일한 분위기로 표현했다. 오랜 시간 어둠에 묻혀 있었던 그를 재발견한 트뤼포, 고다르와 존 벨튼에 의해 그는 한계 안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뚜렷하게 각인시킨 작가로 새롭게 정의되기 시작했다. 특히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1959)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필름제공처 : National Film and Sound Archive, Australia